그러나 뭐니뭐니해도 인수위를 둘러싼 최대의 관심사는 위원장 등 인선 면면이다. 실제 역대 인수위원 70%가량이 정부나 청와대 고위직에 발탁됐을 정도니 새 대통령 인사의 바로미터인 셈이다. 그러다보니 이런저런 뒷말이 없을 수 없었다. 노무현 당선인 인수위는 주로 개혁성향의 학자로 채워져 '코드 인사' 논란이 임기 내내 뒤따라 다녔다. 이명박 당선인 또한 이른바 '고소영(고려대·소망교회·영남) 인맥'만 기용한다는 비아냥에 시달렸다. 

이런 전직들을 반면교사로 삼았던 걸까. 박근혜 당선인은 이명박 등 과거 인수위가 '점령군' 논란에 휩싸였던 것을 의식, 시종 '낮은 자세'와 '조용한 인수위'를 표방했다. 하지만 조용해도 너무 조용했던 게 탈이었다. 지나친 비밀주의로 '밀봉 인수위' '깜깜이 인수위'란 비판이 제기됐던 것. 이 같은 철통보안과 불통은 결국 박근혜 정부에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김용준 인수위원장은 새 정부 첫 총리에 지명됐다 병역·투기 의혹 등으로 끝내 낙마했다. 윤창중 인수위 대변인 또한 청와대 대변인으로 입성했지만 대통령 방미 기간 성추문 의혹이 불거지며 경질됐다. 박 전 대통령의 탄핵은 인수위 시절의 불통에서 싹트기 시작했을지도 모를 일인 것이다. 

하지만 새롭게 선출된 19대 대통령은 '점령군'이든 '깜깜이'든 인수위 자체가 없으니 답답하게 됐다. 당선인이 아니라 곧바로 취임하는 만큼 정책과 인사 등을 검증하는 절차가 생략된 것. 전례 없는 일로 혼란이 예상되자 대통령직속자문위원회 같은 조직을 만들어 인수위 역할을 하게 하자는 말 등이 나오지만 실현 여부는 미지수다. 

비록 인수위는 없지만 어떤 형태든 그 역할을 하는 조직은 있을 수밖에 없다. 어찌보면 '점령군'이나 '깜깜이' 논란 등으로 시끄럽다면 없느니만 못할 수도 있다. 결국 인수위가 있고 없음이 아니라 종전 인수위로부터 무엇을 배우느냐가 더 중요하다. 

장재건 논설위원 jjk@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