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면 1] 지난주 선배의 취임식에 참석했다. 현장에 참석한 기쁨을 기념하기 위해 스마트폰 카메라의 줌인 줌아웃 기능으로 원근감을 조절하면서 사진을 촬영하고 있는데, 동행했던 분이 아주 부러운 듯 그런 기능도 할 줄 아느냐고 말했다. [장면 2] 연휴 기간에 친척 집을 방문했는데, 한글을 모르는 여섯 살 조카가 스마트폰 인공지능 음성 기능을 이용해 좋아하는 애니메이션을 보았다.

[장면 3] 바깥나들이를 위해서 차량에 탑재된 내비게이션 음성 기능을 이용하기 위해 목적지를 말했는데, 시스템의 문제인지 취급하는 나의 잘못인지 몰라도 결국 차를 정지시키고 손으로 목적지를 입력하고 출발하게 되었다. [장면 4] 교육 현장의 변화를 도모하는 세미나에서 세계 최고 고령사회 일본의 홀몸노인과 인공지능 로봇 파르미에 대한 이야기를 TV를 통해 접하게 되었다. 그리고 비서, 가정교사 및 다양한 도우미로 활용되는 가정용 로봇 지보의 활약상을 들었다.

[장면 1]에서는 스마트폰을 거의 동시대에 함께 사용하면서도 개인의 취향에 따라 또는 기계에 대한 관심도에 따라 활용도가 아주 다르다는 것을 보여준다. 스마트폰이 일차적 목적인 전화 통신 기능을 넘어서 편지도 쓰고 영화도 보고 사진도 찍고 결제도 하는 등 소위 플랫폼의 기능을 하면서 [장면 1]과 같이 디지털 기기의 활용도에 따른 정보 격차(Digital Divide)는 더욱 심화될 것 같다.

[장면 2]는 PC 시대에 사용자가 기계와 대화를 나눌 수 있게 도와주는 UI(User Interface)가 마우스와 그래픽 중심이었지만, 스마트폰이 등장하면서 화면을 클릭하는 터치 기반 UI가 일상화되었고, 최근에는 음성이 차세대 UI로서 본격적으로 도입되었음을 의미한다. 터치 기반과 달리 음성 기반 UI는 억지로 배우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사용할 수 있어 향후 각종 가전제품을 비롯해 수도·전기 사용량 등 통신에 연결해 모니터링하고 제어할 수 있는 등 적용 범위가 확대될 것이다.

[장면 3]은 [장면 2]에서 이야기했던 인공지능 음성인식 비서 기능의 초보 단계로서 자동차에 적용되고 있는 내비게이션 기능에 이해도와 관련되지만, 기계치가 아닌데도 우리가 일상 속에서 흔히 겪을 수 있는 일이다. 마케팅 측면에서 인공지능을 강조해 인공지능 음성인식 내비게이션 시스템에 대해서 의구심도 생기기도 한다.

과연 인공지능이 우리 인간 사회로의 침투가 본격화될 경우 대체될 일자리에 대한 대책은 무엇일지에 대한 염려 또한 사회 이슈로 크게 부상할 것이다. 최근에는 컴퓨터가 모든 면에서 인간의 두뇌를 초월하는 싱귤레리티(Singularity)가 현실로 구현되는 것을 심각하게 걱정하는 이도 많다.

[장면 4]에서 등장하는 파르미는 마치 미래 인간을 대체하듯 홀로 사는 할머니의 뒤를 졸졸 따라다니는 손자들처럼 대화 상대가 되어 주면서 적적함을 달래줘 1인 가구가 급증하고 초고령사회로 진입하고 있는 우리 사회의 다양한 요구를 어느 정도 해결해 줄 대안이 될 가능성이 엿보였다.

사실 위 4개 장면을 예시하지 않더라도 우리 생활 속 모든 곳에 이미 ICT 기반이 자리를 잡고 있으며, 놀랍게도 우리 인간의 능력을 초월하고 있는 사례도 많다. 가령 인간의 능력을 능가하지 않으면 안 되는 부문으로 고속열차의 자동 브레이크 제어 시스템이나 비행기의 오토 파일럿, 세계 금융을 움직이는 초고속 로봇 트레이팅 시스템(HFT)은 인간보다도 훨씬 고속으로 빅데이터를 분석하고 있다.

이미 공장 자동화, 스마트 팩토리 등이 산업현장에 도입되면서 사람이 없어 조명이 필요하지 않는 다크 팩토리(Dark Factory)도 진행되고 있는 게 무시 못 할 현실이자 가까운 장래이다. 무엇보다도 새로운 4차 산업혁명은 통신 수단과 컴퓨터의 발달로 자동화의 영역이 확대되면서 인간의 육체 작업을 대체해 온 과거의 혁명과 달리 소위 화이트칼라 영역까지 대체한다고 한다.

디지털기술이 우리 인간을 완전히 대체할 수는 없다. 그러나 디지털기술을 사용할 수 있는 사람이 그렇지 못한 사람을 대체할 것이다. 그래서 새로운 혁명과 함께 신산업이 새롭게 탄생하길 더욱 기대해 본다. 우리 사회 시스템이 ICT 기반의 디지털 시대로 진입한 만큼 우리 모두가 디지털기술을 자유롭게 활용하는 소양, 즉 디지털 리터러시(Digital Literacy)를 갖추길 바란다.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책임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