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에서 일어난 사고는 '산재공화국'으로 불리는 우리나라의 열악한 근로 환경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켜준 참사다. 32t급 타워크레인이 800t급 골리앗크레인과 충돌한 뒤 무너지는 바람에 해양플랜트 현장에서 작업 중이던 삼성중 하청업체 직원 6명이 사망하고 20여 명이 다치는 비극이 발생했다. 이들이 근로자의날임에도 출근했던 비정규직이었다는 사실은 듣는 이들의 가슴을 더 아프게 한다.

정확한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으나 이번 사고도 현장 작업자들의 부주의에서 발생했을 가능성이 아주 높다. 조선소의 핵심 시설인 타워크레인과 골리앗크레인은 각각 엄청난 중량의 물건을 옮기기 때문에 작업 반경이 겹치지 않도록 늘 신경을 써야 한다. 골리앗크레인이 움직이게 되면 신호수가 무전 등을 통해 타워크레인의 동작을 멈추도록 하는 식이다. 그런데도 경찰 조사 결과, 이날 현장에서는 각 크레인 조종사와 신호수 사이에 이런 의사가 전달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더 심각한 건 사측의 허술한 업무관리다. 두 크레인 사이에 정보 교환이 되지 않았더라도 돌발상황이 생기면 작업 감독관 등 책임자들이 이를 사전에 파악해 적절한 통제를 하는 것이 옳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이런 조치가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평소에 사측이 크레인 사고 발생에 대비한 교육을 제대로 실시하지 않았다는 의심이 드는 대목이다. 게다가 삼성중공업은 규정을 어긴 채 근로자 편의를 명분으로 사고 위험이 상존하는 작업장 내에 휴식시설을 만들었다가 피해를 더 키웠다. 희생자들은 쉬는 시간에 이곳에 모여있다 참변을 당했다.

어제 삼성중공업은 대표이사 명의로 사과문을 내고 피해자 지원, 재발 방지 등을 약속했다. 그러나 대기업의 안전불감증과 후진적 업무관리가 개선되지 않으면 공염불에 불과하다. 당국도 사고 원인을 명확하게 조사한 뒤 위법 사실이 드러나면 경영진에게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우리나라가 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 가운데 산재 사망률 최고라는 멍에를 벗어날 길은 요원할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