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선거가 목전에 왔다. 오는 9일에는 누군가는 청와대에 입성할 것이다. 임기가 시작되면 국정철학 방향 전략 과제 등이 제시되고, 수없이 많은 일이 기다리고 있다. 대통령은 국민에 대한 헌신을 다짐하고 공약을 실행하기 위하여 밤낮없이 일할 것이다. 흔히 대통령의 권한이 막강해서 제왕적이라고 표현한다. 하지만 찬찬히 보자. 대통령의 권한이 막강한가? 사실은 그렇지도 않다. 왜 그런가? 청와대에 입성 후 가장 중요한 것이 각 부처 장관을 뽑는 일이다. 이게 대통령 맘대로 되는가? 인사청문회에서 많은 사람이 탈락한다. 대통령이 장관을 시키고 싶더라도 국회의 인사청문회에서 낙마한 사례를 수없이 봐 왔다. 이러다 보니 정작 장관을 할 만한 사람은 고사하는 경우도 많다. 벌거벗겨지는 인생이 되느니 차라리 장관을 하지 않겠다고 한다.
또 대통령으로서 가장 중요한 것이 법률을 통한 개혁이다. 개혁적 입법이 마음대로 되는가? 국회의 문턱을 넘기가 쉽지 않다. 지금은 국회가 여야 균형을 이루고 있다. 그러다 보니 국회에서 개혁입법은 처리가 난망하다. 야당은 무조건 반대를 하는 관행을 볼 때 대통령 취임 후에 입법을 통한 개혁은 추진하기 쉽지 않다. 각종 규제개혁이 중요하다고 하지만 이것은 결국 이권 싸움이다. 기득권과의 싸움이다. 중요한 개혁은 법률 개정이나 제정을 통해서 이루어지는데 이것이 국회의 문턱을 넘기 쉽지 않다.
이명박 정부 시절에 국정과 제비서관실에 근무하면서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 업무를 맡았다. 이 위원회는 주요 개혁과제를 선정해서 대통령께 보고하고 각 부처는 입법을 통해서 실행한다. 아무리 정책이 거창해도 국회에서 입법이 안 되면 공염불이다. 금융규제 개혁은 전혀 못 했다. 우리나라의 금융경쟁력이 세계적으로 낙후성을 면하지 못하게 된 것도 결국 금융 분야의 규제 때문이다.
2016년 기준으로 세계경제포럼(WEF)이 발표한 '2016년 국가경쟁력 평가'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총 138개국 중 26위를 기록했다. 금융부문은 80위에 불과하다. 이런 금융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하여 많은 규제개혁을 추진하려고 하였으나 기득권과 국회의 문턱을 넘기 어려웠다. 대통령이 아무리 닦달을 하더라도 국회에서 여야협상이 안 되면 입법이 안 된다. 대통령이 국회의 협조를 바란다고 수없이 말해도 야당이 반대하면 안 된다. 오는 9일 대통령이 누가 되더라도 이런 애로점을 바로 느낄 것이다. 더구나 국회선진화법으로 인해서 이전처럼 다수당이 표결로 밀어붙이지도 못한다. 정치는 결국 표에 의하여 결정되어야 하는데 지금은 여야가 합의를 못하면 국회 본의회 상정이 안 된다. 그러니 개혁입법이 가능하겠는가?
마지막으로 예산이다. 정부가 예산을 편성해서 국회로 보낸다. 국회는 상임위별로 예산을 심사한다. 더하고 빼는 과정을 거쳐서 최종 국회에서 승인한다. 이러는 과정에서 정책적으로 해 보려는 주요 예산이 삭감되기도 한다. 여야의 당리당략으로 예산심사가 이루어지기 때문에 대통령 맘대로 예산이 편성되는 것도 아니다.
그렇다면 대통령이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가? 장관 인사, 개혁 입법, 주요 예산 편성이 대통령 맘대로 안 되는데 무엇을 할 것인가? 이러한 한계를 인식하고 차기 정부는 조각을 할 때부터 협치를 잘해야 할 것이다. 100% 다 먹으려다가 60%도 못 먹을 바에야 차라리 협치를 통해서 10%라도 양보하고 같이 가는 게 더 빠르고 많은 일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만약에 45%로 대통령에 당선되었을 경우에 나머지 55%의 국민의 요구는 어떻게 수용할 것인가? 선거에 이겼다고 모든 것을 다 차지하고 의욕적으로 개혁을 하는 입법이나 정책 결정은 금방 벽에 부딪힐 것이다.
지금은 1위가 독주를 하는 형국이지만 마지막에 판세가 어떨지 모른다. 이전처럼 돌출발언이 나와서 전세가 역전되기도 한다. 지금은 사실 정치인이나 관료보다 더욱 합리적이고 똑똑한 일반인이 많다. 내가 나라의 지도자라고 생각하고 모든 것을 다 하겠다고 생각하면서 독선이나 아집을 보이는 행태가 나오면 유권자는 곧바로 돌아선다. SNS시대이기에 하루 이틀이면 전세가 뒤집어질 수 있다. 그뿐만 아니라 대통령으로 취임 후에도 마찬가지다. 사람을 등용하는 과정에서 협치보다는 독선으로 가면 국민은 금방 돌아설 것이다. 겸손이 정말 필요하다. 시대가 이러하고 대통령의 권한 행사에 애로점이 많다는 것을 인식하고 새로운 정부시스템을 잘 짜면 좋겠다. 협치, 융합, 겸손의 코드가 있는 새로운 정부를 기대해본다.
공정거래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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