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이 봄날의 눈처럼 내렸고 무성한 잎들은 초록을 뿜어내고 있다. 강변에 쏟아지는 햇살과 바람으로 허기를 채울 것처럼 문 밖을 나선다. 녹음이 풀어놓은 그림자를 따라 걸으며 강물 위로 반짝이는 윤슬을 본다. 조여 있던 마음이 조금씩 풀어진다. 알 수 없는 위안에 그 어떤 의욕이 조금 생긴다. 그러자 활짝 핀 꽃들이 보이고 함께 걷는 사람들의 수런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참말로 인물이 없제." "자고 일어나면 물가가 오르는 것 같데이." "또 다음 시험을 준비해야지 우짜겠노." "결혼 날짜는 잡혔는데 아직 집을 못 구했다 아이가." 입안에 품고 있던 말들이 사람들의 목소리를 타고 파문을 일으킨다.
어느 하나 시원한 구석이 없어 답답하기만한 우리의 일상은 묵직하기 그지없다. 먼지에 그을려 회색빛으로 뒤덮인 도시에서 펼쳐진 대선정국은 우리의 어깨를 더 무겁게 한다. 우리의 촛불로 만들어낸 조기 대선에 후보 간의 흑색선전과 네거티브가 난무하고 TV토론은 비난과 말싸움을 하며 편 가르기 바쁘다. 구태 정치와 다를 바 없는 모습들을 보며 실망감과 피로도가 높아간다. 엄중한 안보 상황과 어려운 경제 상황에 대해 명쾌한 해답을 기대하기가 힘들어 보이고 후보들이 부산에 내놓은 공약들은 구체적 실현 방안이 없어 새 정치의 구호를 외치는 소리가 공허하기만 하다.
그 어느 때보다도 유권자들의 관심이 높은 이번 대선에 언론은 열띤 양상을 보인다. 흥미를 유발하는 이슈부터 여론 조사 순위, 후보들의 정책 공약을 비교 검증하는 기획 보도, '이대문' '독철수' '홍도저' 같은 신조어 등 양질의 정보를 구분할 수 없을 정도로 수없이 쏟아지고 있는 기사는 저마다 비슷비슷해 눈길을 끌 만한 대목을 찾기가 어렵다.
국제신문은 '더 나은 대한민국'을 위해서 대선후보 공약비교 분석, 대선후보 내조열전, 부울경 대선 상황실, 대선공약 신문고 등으로 19대 대선 후보의 옥석을 가리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 그중 눈에 띄는 것은 대선공약 신문고이다. 후보들이 내놓은 공약들이 고만고만해서 차라리 공약을 제안할 판이라는 상황에서 보게 된 기사다.
그러나 반가움도 잠시 민간어린이집 원장 7000명이 '출산보육부 신설'을 촉구하는 내용을 끝으로 기사가 보이지 않아 아쉬움이 크다. 시민단체와 공동 기획물로 만들어 지역의 시급한 문제에 대한 정책 방향을 담아 공약으로 제시하는 방향으로 활용하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아무리 시간이 촉박하다고 해도 좋은 정책과 정부를 만드는 데에 공을 들일 시간은 남아 있다.
헌정 사상 처음 치르는 조기 대선과 같은 일이 벌어져 세간의 이목을 끌고 있다. 교육 사상 처음으로 내년부터 부산의 초등학교에서 객관식 평가가 전면 폐지된다는 소식이다. 전국의 초중고에서 한 번도 시도해 보지 않는 실험적인 일에 언론은 신선하고 파격적이라는 반응이다. 변화무쌍한 복합융합사회인 4차 산업혁명시대에 대응하기 위해 교육의 핵심을 서술형 평가로 바꿔 창의적 교육으로 인재를 키우겠다는 부산교육청의 결정은 주입식과 객관식 교육 시스템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실정에서 과히 개혁이라고 할 만하다. 이에 대한 혼란과 여러 문제점이 우려되지만 부산교육청의 방향성을 환영하고 응원한다.
국제신문은 아이들의 수업 장면과 함께 '4차 산업혁명 인재육성 초점… 공교육 인프라 구축 관건'이라는 기사로 교육현장의 교수학습법 변화 예고와 학부모, 교사들의 반응을 전한다. 그리고 서술·논술형 평가에 대해 궁금한 내용을 부산교육청과의 일문일답 형식으로 구성하여 풀어낸다. 그러나 급격히 변화된 교육 과정과 방안에 대해 알고 싶은 내용이 아직 많다. 국제신문은 토론식의 융합 수업방안과 공정하고 객관적인 평가방식 등 관련 소식을 충분히 보도해 주길 바란다.
우리는 전례가 없는 일들을 겪고 있다. 고단하지만 새롭게 시작하려는 열망으로 버텨내고 있다. 미래의 운명은 우리의 선택으로 결정된다. '더 나은 대한민국'을 위해서, 장밋빛 미래를 위해서,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할 것인지 고민한다. 선택의 갈림길에 서 있는 우리를 위해 국제신문은 대망의 그 날까지 제 역할을 다해주길 바란다.
선택은 우리의 몫이다. 우리는 자신의 몫을 다 해야 한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꽃이 지고 잎이 피어나는 것처럼.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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