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이 가속화되면서 도시 열섬 현상이 급격히 악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환경부가 그저께 해운대 누리마루에서 개최한 '기후변화에 따른 폭염적응 전략' 국제 콘퍼런스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쏟아졌다. 부산발전연구원 오동하 선임연구위원은 부산의 연평균 폭염 일수가 2006~2015년 3.5일로 40년 전에 비해 2.7일 늘어났다고 지적했다. 지난해에는 8월 한 달 폭염일수가 16.7일로 관측 이래 최고치였다. 최근 몇 년간 폭염 일수가 급증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폭염은 기후변화에도 영향을 받았지만 특히 도시 개발로 인한 열섬 현상이 근본 원인을 제공하고 있다. 1985년 도시화 면적이 부산 전체의 15.9%인 122.3㎢였으나 2010년 260.7㎢로 배 이상 늘어났다고 한다. 게다가 동·서 부산권 개발의 속도를 감안하면 도시화 면적은 폭발적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반면 도시화 지역의 공원면적은 10%에도 미치지 못해 도시 열섬이 가중되고 있는 것이다. 개발 일변도 시책이 녹지 면적을 갉아먹음으로써 더위에 갇힌 부산을 만들고 있는 셈이다.

부산시는 지금이라도 도시 개발의 방향을 전면 쇄신해야 한다. 말하자면 공원 녹지 등의 총량제를 도입해 개발 때문에 도시 환경이 악화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이야기이다. 서부산 대개발도 좋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환경을 유지하는 선에서 이뤄져야 옳다. 2020년 적용될 공원일몰제도 마찬가지다. 재원 타령만 할 게 아니라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부지를 확보해야 할 것이다. 도시 열섬이 최악으로 치닫는데 개발 때문에 공원 부지를 줄여서야 되겠는가.

결국은 물, 공기, 흙이다. 도시화는 이들의 상실을 의미한다. 동·서부산 개발로 논과 밭, 녹지가 줄어들면 열섬은 감당이 어렵게 된다. 여름철 무논, 풀밭과 숲은 태양열을 흡수하고 대기를 식히며 공기를 정화하는 기능을 한다. 나무는 물, 공기, 흙을 보존해 도시 환경을 지키는 파수꾼이다. 열섬뿐만 아니라 미세먼지 제거를 위해서도 나무 심기는 화급한 과제다. 시는 도심공원 확보, 옥상 녹화, 도로 살수시설, 빗물 활용시설 등 열섬과 폭염에 대비해 모든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