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병수 부산시장은 지난 2월 22일 '부산해양특별시 설치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 제정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그러자 "해양특별시와 해양수도의 차이가 무엇이냐"는 질문이 쏟아졌다.

겉으로는 비슷한 의미로 비치지만 실제 둘은 엄청난 차이를 지닌다. 우선 해양특별시는 특별법에 따라 법적 지위를 보장받는다. 반면 해양수도는 선언적 의미에 불과하다.

해양특별시는 자치권을 행사할 수 있다. 자치조직권·자치입법권·자치재정권까지 가진다. 해양수도는 아무것도 없다. 그냥 이름뿐이다.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해양특별시는 부산시가 지역의 특성에 맞춰 해양수산 정책을 자체적으로 세워 실행할 수 있다. 이에 비해 해양수도는 부산의 의지와 상관없이 정부가 정책을 수립하고 시행한다. 한마디로 해양특별시는 '부산의, 부산에 의한, 부산을 위한' 해양수산 정책이 가능하다. 해양수도는 정부가 모든 것을 주도한다.

그동안 부산은 해양수도로 널리 알려졌다. 하지만 속살을 들여다보면 빈껍데기에 불과했다. 한진해운 사태가 발생했을 때 해양수도 부산이 유일하게 할 수 있었던 것은 '대정부 건의문' 발표였다. 사드 사태로 중국 관광객이 급감하자 부산 앞바다에 소형 유람선을 띄우려고 해도 정부의 승인을 받아야 했다. 부산이 바다로 나가려고 해도 정부라는 거대한 벽에 막혀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래서 부산은 말뿐인 해양수도가 아닌 실질적인 자치권을 가지기 위해 해양특별시를 원했다.

하지만 대선 정국의 파도에 휩쓸리면서 해양특별시는 실종됐다. 그 대신 허울뿐인 해양수도가 다시 등장했다. 대통령 선거에 나서는 각 후보는 약속이나 한 듯이 해양수도만 외친다. 누가 대통령이 되든 부산은 계속 해양수도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구도다.

각 후보 진영은 해양특별시 승격이 어려운 이유로 다른 지역과의 형평성을 내세웠다. 부산이 해양특별시가 되면 다른 광역자치단체의 주장도 들어줘야 한다는 논리다.

그런데 이상하다. 한 유력 후보는 대전을 4차산업 혁명 특별시로 만들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부산시의 한 간부는 "도대체 부산 해양특별시는 안 되고 대전의 4차산업 혁명 특별시가 되는 이유는 무엇인지 묻고 싶다"고 격한 감정을 드러냈다.

해양특별시는 부산만을 위한 특혜가 아니다. 이미 제주특별자치도와 세종특별자치시가 특별법으로 법적 지위를 확보해 자치권을 누리고 있다. 광주는 아시아문화중심 도시로 지정돼 정부의 집중적인 지원을 받는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유독 부산에 가혹하다. 아이러니한 것은 유력 대선 후보 중 두 명이 부산 출신이란 점이다. 부산을 누구보다 잘 알고 사랑하는 후보들이 해양특별시 문제만 나오면 냉정하게 변신한다.

일각에서는 해양특별시를 정치적인 문제로 바라본다. 서 시장이 내년 지방선거를 염두에 두고 업적을 쌓기 위해 만든 이슈라는 시각이다. 그럴 때 한 걸음 물러나서 보자. 정치적 목적을 떠나 해양특별시가 부산의 미래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지 따져보면 해답을 얻을 수 있다.

해양특별시 승격은 바다로 영토를 확장해야 하는 부산 입장에서 더는 미룰 수 없는 숙제다. 더 심각하게 말하면 부산의 생존이 달린 문제다. 대선 공약에서 빠지고 대선 후 차기 정부에서 외면해도 해양특별시를 향한 부산의 발걸음은 멈추지 않을 것이다.

사회1부 차장 kuki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