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9일 대선이 얼마 남지 않았다. 본격적인 선거운동이 시작되면서 거리에 후보들의 현수막이 휘날리기 시작했다. 이번 19대 대선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으로 인해 조기에 치러지는 보궐선거다. 이번 대선 당선자는 인수위원회 기간도 없이 곧바로 국정을 꾸려나가야 한다. 그야말로 모든 것이 촉박한 선거다.

언론의 역할이 그만큼 더 중요해졌다. 짧은 시간 내에 후보들의 정책과 공약을 검증해야 하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공약(公約)의 태반을 공약(空約)으로 만들어 국민의 신뢰를 잃은 전임자 탓에 대선 후보 공약 검증은 더욱 중요해졌다.

하지만 불길한 예감은 이미 현실이 된 듯하다. 이미 이번 대선은 유례없는 '깜깜이 대선'이 되고 있다는 목소리가 높다. 예전보다 국민이 후보들의 공약을 이해할 시간도 부족할 뿐만 아니라 후보 간에 공약마저 차별화하기 힘들다는 이야기도 들려온다.

다른 일간지들과 마찬가지로 국제신문 또한 후보들의 공약 검증에 나섰다. '대선후보 공약 비교 분석'이라는 연재기획기사를 통해서다. 이 기사는 선거운동이 본격 개시된 4월 17일 이후 연속으로 보도되고 있다. 17일(월)에는 정치·정부 분야, 18일(화)에는 외교·안보 분야, 19일(수)에는 경제 분야, 20일(목)에는 교육·문화예술 분야를 다뤘다. 선관위에 제출한 각 후보의 10대 공약을 분석했다. 하지만 기사에 대해 큰 아쉬움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중앙에서 발행되는 여느 신문에서도 접할 수 있을 법한 주제와 분석 내용 때문이다.

선거 국면에서 지역 언론은 지역민의 대변자 역할을 해야 한다. 지역민을 대신해 후보들에게 묻고 따져주어야 한다. 지역민인 국민이 개나 돼지가 아니라 '갑'으로 설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헌법 120조, 122조, 123조 등은 국가가 지역정책 수립을 통해 지역발전에 나서야 한다는 점을 명시하고 있다. 굳이 헌법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어쩌면 상식일 거다. 대통령이 되겠다는 사람이 우리 지역민들의 삶에 제대로 된 관심을 갖고 있는지 묻고 따지는 일이 결코 이상한 일은 아니다. 그런 의미의 지역주의라면 우리 대선 국면에서 지역주의는 차라리 권장할 일이다. 아쉽게도 국제신문 지면에서 이런 '지역주의'가 관찰되지 않는다.

부산을 포함한 동남권에는 굵직한 현안들이 존재하고 있다. 지역민에 대한 사기극이라고까지 평가받는 김해신공항 문제는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지역경제를 도탄으로 몰고 있는 조선과 해운산업을 어떻게 되살릴 수 있을 것인지 등도 중요하게 다루어져야 할 이슈들이다.

특히 탄핵을 넘어 이제는 탈핵을 외치는 지역민들의 목소리가 외면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르렀다. 하루가 멀다고 들려오는 원전 사고 소식에 지역민들의 공포는 날로 커지고 있다. 최근에만도 연거푸 사고 소식이 들려왔다. 고리원전 3호기 격납고 내벽에 부식이 생겼다는 뉴스, 고리원전 4호기 원자로에서 냉각재가 누설되었다는 뉴스가 있었다. 고리원전에서 유독성 소포제를 사용했다는 뉴스, 고리원전에서 사고가 발생하면 주변 거주민들이 반경 20㎞를 탈출하는데 무려 22시간이 소요될 거라는 뉴스 등은 답답함을 더욱 키웠다. 지역민들이 가진 원전에 대한 공포와 불안에 대해 대선 후보들은 어떤 대책을 지니고 있는지, 신고리 5·6호기 건설을 밀어붙일 것인지 말 것인지, 그에 대한 구체적인 대책을 들어볼 필요가 있다.

선거 보도에서 언론이 피해야 할 몇 가지 보도행태가 있다. 신문방송학 전공 교재에 단골로 등장하는 내용이다. 후보들의 지지율과 그 순위에만 열을 올리는 보도, 후보들의 선거 전략이나 판세 분석에 과도하게 치중하는 보도는 바람직하지 않다. 후보들의 동선을 따라다니며 유세 현장의 분위기를 전달하는 데 급급한 소위 선거운동 트레일 보도도 역시나 바람직하지 않다. 하지만 언론의 선거 보도엔 이런 보도행태로 꽉 차 있다. 기본에 충실했으면 한다. 선거에서 언론의 기본은 후보자 정책과 공약의 검증이다.

대선이 중앙의 이벤트로 여겨져서는 안 된다. 중앙과 지역을 불문하고 전 국민의 삶이 결정되는 중요한 계기다. 지역일간지의 입장에서 보면 지역일간지로서의 면모를 보여줄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기도 하다. 더군다나 정책 검증에 절대적 시간이 부족한 이번 대선은 더욱 그렇다. 그 기회를 놓치지 않는 국제신문이었으면 한다.

경성대 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