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여 년 전인 2005년 3월 부산교통공사는 도시철도 3호선 개통을 목전에 두고 그동안 자체적으로 수행해왔던 궤도시설 보수정비분야를 아웃소싱하려는 계획을 발표했다. 궤도보수는 전동차가 안전하게 다닐 수 있도록 레일과 침목을 교환하고 궤도 간격을 조정하는 등 보수작업 전반으로, 철로 주변에서 삽 해머 등의 도구를 들고 여러 명이 모여 작업하는 모습을 떠올리면 된다. 이 아웃소싱 계획이 알려지자 안전문제와 일자리 감소 우려를 들어 반대의 목소리가 높았다.
당시 1, 2호선 궤도시설 보수정비에 투입되던 인원은 68명. 아웃소싱을 주면 필요한 인원은 40명이면 충분하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궤도작업하던 직원 중에는 철도에서 넘어온 사람이 다수 있어 그 나름대로 자부심을 갖고 일하고 있었는데, 이 업무가 아웃소싱으로 전환되면 전문성이 훼손되고 일자리를 잃을지 모른다는 걱정이 있었다. 그러나 달리 생각해보면 레일과 침목교환, 자갈 다짐, 궤도 간격 조정 등 단순 반복적이고 힘든 육체노동을 수반하는 작업을 그만할 좋은 기회이기도 하였다.
숱한 반대를 무릅쓰고 도입한 이 아웃소싱은 지금 연 20억 원의 예산으로 아무런 안전문제 없이 제 몫을 다하고 있다. 물론 걱정과는 달리 직원들에 대한 인위적인 구조조정은 없었다.
이번에는 시야를 170여 년 전 과거로 돌려보자. 미국의 서부 개척시대인 1840년대 캘리포니아에서 금광이 발견되자 '엘도라도'를 꿈꾸며 골드러시에 편승하여 동부에서 서부로 이주한 미국인이 50만 명에 달했다고 한다. 이들에게는 한 가지 문제가 있었는데, 동부에 남아있는 가족이나 친지에게 소식을 전하기 위해 그 당시 유일한 수단이었던 우편배달로는 무려 18개월이나 걸렸다는 것이다.
그런데 한 역마차회사에서 18세 이하의 젊은 기수를 역마다 배치하고 말을 이용한 릴레이 방식으로 10일 만에 서부에서 동부로 편지를 배달하여 막대한 돈을 벌었다. 그러나 곧이어 전보가 발명되어 동부와 서부를 잇는 전신주가 눈앞에서 세워지고 있는데도 역마차회사는 기존의 방식을 고수하는 바람에 곧바로 파산 지경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당대 최고의 비즈니스 모델일지라도 변화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면 얼마나 허망한 결과를 가져오는지 잘 보여주는 예다.
매년 2200억 원이 넘는 재정적자를 줄이기 위해 공사는 최근 연 400억 원의 예산절감을 목표로 '재창조 수준'의 혁신대책을 발표한 바 있다. 3·4개 역을 묶어 관리하는 관리역제 시행, 1~3호선 전자·시설물 유지보수분야와 4호선 운영 효율화, 1개 본부와 4개 부서 축소 등을 포함하고 있으며, 장기적으로는 3호선의 무인운전까지도 검토한다는 계획이다.
10여 년 전과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우려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공사의 혁신대책이 혹시라도 안전을 도외시하는 게 아닌가 하는 걱정이 바탕에 깔렸다. 하지만 이는 기우다. 공사의 최고 핵심가치는 안전이다. 어떤 경우에도 안전을 희생하는 혁신은 있을 수 없으며 있어서도 안 된다. 공사는 지난해 6월까지 승강장 안전문을 전 역사에 설치했으며, 노후 전동차 리모델링 등으로 안전운행 기반을 지속적으로 확충하고 있다. 안전사고는 2013년 16건, 2014년 8건, 2015년 6건, 지난해 3건으로 매년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또 공사는 적자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무임 손실 국비 보전을 위해 전국도시철도 기관장 회의 공동건의문 제출, 국회 정책토론회 참여와 관련 기관 방문, 무임수송 관련 법률개정 입법 건의 등 다양한 적자해소를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에도 악화되는 재정여건을 극복하기 위해 이번과 같은 혁신대책을 시도하는 것은 조직의 존립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다.
변화에는 언제나 아픔이 따른다. 아프리카 탄자니아에 사는 들소의 일종인 누(gnu)는 건기에 굶어 죽지 않기 위해 서식처인 세렝게티 초원을 떠나 케냐 마사이라마 초원으로 이동하는데 급류나 절벽 등을 지나다 40% 정도는 목숨을 잃는다고 한다. 그러나 모두 다 굶어 죽지 않기 위해 큰 희생을 감수하는 것이며, 그들에게는 대이동이 곧 생존전략이다. 들소도 목숨을 걸고 생존을 위협하는 환경의 변화에 대응하는데, 기업이 최선의 대응을 해야 하는 것은 자명한 일이 아닐까? 공사가 시도하는 새로운 변화도 생존을 위한 또 다른 기회가 될 것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부산교통공사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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