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때만 되면 투표율은 초미의 관심사다. 그 중에서도 연령별 투표율은 승패를 좌우하는 잣대가 되기도 한다. 특히 진보 진영은 늘 투표율이 상대적으로 낮은 20대의 표심을 잡기 위해 안간힘을 쏟았다. 20대의 투표율이 높으면 자신들에게 유리하다는 그간의 통념 때문이었다. 그러다 선거에서 패배하면 진보 진영에서는 20대의 정치 무관심을 탓하곤 했다.

이런 20대를 향한 비난은 오래전부터 '20대 개××론'이라는 괴담을 낳았다. 일부 인사로부터 "너희들에겐 희망이 없다"는 비난이나 "짱돌을 들라"는 훈계를 받아야만 했다. '88만 원 세대'로 대표되는 참담한 사회현실은 도외시한 채 선거 때만 되면 동네북이 되니 20대들로서는 억울할 법도 하다. 더구나 상대적으로 풍족하고 취업도 잘 됐던 386세대로부터 이런 소리를 들으니 더 그럴 만도 하다.

투표율, 특히 20대 투표율이 높으면 진보 진영에 유리하다는 통념도 무너지고 있다. 지난 19대 총선의 기권자 중 새누리당을 선호하는 이가 더 많았고 투표율이 높을수록 새누리당이 아닌 야권 후보의 득표율과 당선 가능성이 되레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는 분석도 있다. 20대 투표율 또한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386세대가 20대였던 때를 포함해 다른 연령층에 비해 언제나 가장 낮았다. 2012년 대선 때 20대 투표율이 전체 평균과의 격차가 가장 적었는데도 당시 박근혜 후보가 당선된 것도 통념에 반한다.

그간의 통념이 맞든, 맞지 않든 이번 대선에서도 20대의 표심이 어디로 향할지는 여전히 관심사다. 무엇보다 20대의 94.9%가 투표 참여 의향을 밝힌 한 여론조사가 이를 잘 말해준다. 물론 이들 응답자 모두 투표장으로 향하진 않겠지만 탄핵 정국 이후 조기 대선인 만큼 어느 때보다 투표율이 높아질 것은 분명하다. 문제는 이들 20대의 58%가 "상황에 따라 지지 후보를 바꿀 수 있다"고 답해 어디로 튈지 모른다는 점이다.

거기에다 한미 동맹, 국가보안법 폐지 등을 두고 20대가 30,40대보다 보수적이라는 지난해 한 조사 결과를 보면 더더욱 과거의 틀로는 표심을 예측할 수 없게 됐다. 이번 대선은 보수와 진보라는 이분법 구도도 많이 희석됐다. 각 후보 진영이 이들의 표심을 잡을 방안에 고심할 만도 하다. 결국 과거처럼 20대를 투표장에 끌어들이는 차원을 넘어 왜 적극 투표하겠다고 나섰는지를 잘 파악하는 게 승패의 또 다른 요인이 될 듯하다.

장재건 논설위원 jjk@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