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통령 링컨, 영국 총리 처칠, 러시아 작가 톨스토이, 독일 작곡가 베토벤, 네덜란드 출신의 프랑스 화가 고흐, 미국 감독 스필버그, 영국 간호사 나이팅게일, 미국 배우 비비언 리…. 이름만 들어도 '아! 그 사람'할 이들에겐 공통점이 있다. 연예인 이경규를 슬쩍 더하면 답이 나올까.

그렇다. 우울증, 조울증, 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 자폐증의 일종인 아스퍼거증후군, 공황장애 등 정신질환을 앓았던 경험이 있다는 점이다.

정신질환이 뇌의 병인 만큼 이를 극복하고 남다른 성과를 이뤘다며 인간 승리를 강조하고자 함이 아니다. 누구나 정신질환에 걸릴 수 있고, 또한 적절한 치료를 받으면 얼마든지 완치할 수 있다는 점을 확인하고자 할 따름이다.

우리나라 성인 4명 중 1명은 평생 한 차례 이상 정신질환을 겪는다는 소식에 떠오른 생각이다. 보건복지부가 내놓은 '2016년도 정신질환실태 역학조사'는 우리나라 정신건강의 현주소다. 남성에게서 알코올 사용장애와 니코틴 사용장애가 두드러지고, 여성은 우울증과 불안장애를 겪는 경우가 많았다. 자살 생각자의 50.1%, 자살 계획자의 68.7%, 자살 시도자의 75.1%는 정신장애를 경험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문가를 찾아 정신질환 상담이나 치료를 받은 사람은 22%에 불과했다.

감기에만 걸려도 병원을 찾는 게 인지상정. 정신질환의 몰이해와 정신질환자라는 낙인은 우리 사회가 함께 해결해야 할 짐이다.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유례가 없는 압축성장의 예다.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의 폐허 위에 세계 10위권 경제대국으로 성장했다. 물질적 풍요의 이면은 정신적 피폐다. 앞만 보고 달려오고, 옆 사람에게 곁을 내주기보다 그를 따돌리기 바빴던 탓이다. 경쟁에서 이기려는 욕심이 육체도 정신도 갉아먹는다. 우리나라 자살률은 경제협력개발기구 36개 회원국 가운데 부동의 1위다. 유엔의 '2016 세계행복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행복지수는 157개국 중 58위다.

'신체적, 정신적, 사회적으로 안녕한 상태'. 세계보건기구가 정의한 건강이다. 그렇다면 정신건강은? 프로이트는 '일하고, 사랑하고, 놀 수 있는 능력'이라고 했다. 정신건강을 챙기려면 우선 뛰는 대신 걷고, 걷는 대신 멈춰 서서 마음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하는 법이다. 마음을 돌아보고 마음을 돌보는 일, 대한신경정신의학회 표현을 빌리자면 '마음 내시경'이 필요하다.

정상도 논설위원 jsdo@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