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광화문 광장에 있는 이순신 장군 동상은 1968년에 세워졌다. 긴 세월이 흐르면서 우리나라를 상징하는 동상으로 자리 잡았으나 이런저런 말도 많다. 대표적인 게 장군이 왜 오른손으로 칼집을 쥐고 있느냐다. 역사서에 왼손잡이였다는 기록이 없는 만큼 이는 고증이 잘못됐으며 자칫하면 더는 싸우지 않겠다는 의사를 나타내는 나약한 장수로 비춰질 수 있다는 게 이 주장의 요지다.

당연히 근거 없는 이야기. 하지만 이를 곧이곧대로 믿는 사람도 적지 않은 모양이다. 몇 년 전 이순신 장군 동상을 보수했던 한 주물장인은 40여 일이 걸린 작업 기간 도중 칼집을 왼쪽으로 옮기라는 전화를 매일 받았다고 고충을 토로한 바 있다. 역사학자들은 이런 논란 자체가 이순신 장군이 그 정도로 국민들의 존경을 받고 있기 때문이라고 해석한다.

후세가 기려야 할 인물을 동상이나 조각으로 남기려는 건 동서양이 따로 없다. 북한처럼 체제 유지를 위해 거대 조형물을 세우는 사회주의 국가가 아니라면 훌륭한 관광명소도 될 수 있다. 미국 러시모어 산에 있는 이른바 '큰 바위 얼굴'이 좋은 사례다. 조지 워싱턴과 토머스 제퍼슨, 에이브러햄 링컨, 시어도어 루스벨트 등 전직 미국 대통령 4명의 얼굴이 담긴 조각품은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다.

우리나라에서도 역대 대통령 동상을 한번에 볼 수 있는 데가 있다. 옛 대통령 별장인 청남대의 '대통령 광장'이다. 이곳에 가면 이승만 초대 대통령을 비롯해 노무현 전 대통령에 이르기까지 9명의 대통령 동상을 만날 수 있다. 청남대에 한 번이라도 왔던 전두환,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전 대통령을 기념하기 위한 '대통령의 길'도 눈길을 끈다. 이명박 전 대통령 동상은 이 탐방로에 서 있다. 주변 경관이 좋기 때문에 전직 대통령에 대한 호불호를 떠나 찾는 이가 적지 않다.

최근 청남대 측이 박근혜 전 대통령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고 한다. 정상적으로 임기를 마쳤다면 동상이든 대통령의 길이든 만들지 못할 이유가 없으나 탄핵이라는 변수가 생긴 까닭이다. 시민단체 등에서는 국민에게 손가락질 받는 대통령을 기리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소리라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반대로 보수 측에서는 역대 대통령과의 형평성 문제를 들어 청남대 측을 압박하는 중이다. 제 할 일 제대로 못 한 전직 대통령 때문에 없어도 될 갈등이 자꾸 불거지는 게 답답하기만 하다.

염창현 논설위원 haorem@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