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의 먹는 물 정책이 오락가락하고 있는 것은 한심한 일이다. 광역상수도 계획이 좌초 위기에 몰리자 이번엔 낙동강 하구 기수역 물을 먹는 물로 활용하는 계획을 내놓았다. 서낙동강 일대에 기수담수화 플랜트를 건설해 하루 최소 10만 t, 최대 40만 t가량의 물을 공급하겠다는 이야기다. 1991년 낙동강 페놀 사태 이후 추진됐던 남강댐, 합천댐이나 창녕의 강변여과수 사업이 현지의 반대로 사실상 중단 상태다. 26년을 허송세월하다 원점 재검토라니 기가 막힌다.

실패는 이것만이 아니다. 기장군 해수담수화 시설은 주민의 반대로 가동조차 못 하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이번엔 서낙동강에서 상수원을 개발하겠다고 하니 도대체 믿음성이 없다. 낙동강 본류조차 맑은 물 공급이 어려운 상황이다. 그보다 하등 나을 게 없는 서낙동강 물을 원수로 쓰겠다는 건 납득이 힘들다. 물론 꽉 막힌 광역상수도 사업만 보고 있을 수는 없는 일이다. 그렇다고 광역상수도에 이어 또다시 서낙동강 물 이용이라는 일방통행을 강행하는 것도 달갑지는 않다.

새로운 사업을 벌이기에 앞서 부산시는 과거의 실패에 대해 대시민 사과부터 먼저 해야 한다. 그런 반성을 토대로 이번엔 제대로 된 대책을 내놓 게 이치에 맞다. 한마디 반성도 없이 후다닥 새 계획으로 실패를 덮으려 해서는 될 일이 아니다. 이왕 대책을 마련하려면 보다 근본적인 성찰을 통해 종합적인 물 이용 계획이 나와야 한다. 단순히 하천수만이 아니라 지하수와 빗물까지 포함시켜 식수, 생활용수, 농업용수, 공업용수 공급계획을 면밀히 짜야 한다는 말이다.

부산의 연평균 강수량은 1539㎜로 전국 평균보다 훨씬 많다. 이것만 잘 이용해도 많은 문제가 해결된다. 연 강수량의 61%가 5~8월에 집중돼 이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 부산시의 지하수 관리계획에는 이용 가능량이 1억1072만 t으로 이중 26%만 이용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하수만 제대로 이용해도 하루 25만 t가량이 해결되는 셈이다. 이미 완공된 해수담수화 시설도 취수원을 먼 곳으로 옮기면 활용 가능하다. 이들과 함께 대체 수원을 추진해야 비로소 입체적 대책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