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니까 청춘'이라는 말이 현실이 돼버렸다. 올해도 어김없이 청년 실업률이 치솟았고, 20대 사망 원인 1위의 자리를 '자살'이라는 단어가 차지했다. 대선 공약으로 수차례 거론되는 '반값 등록금'은 대학생들에게 여전히 그림의 떡으로 존재하며, 작년 겨울 대통령이 참석한 행사장 앞에서 '하야'를 외치던 대학생들은 입 막힌 채 연행되고야 말았다. 탄핵이 인용된 후 이제 겨우 한숨 돌리려는 찰나, 대학가에 부는 '대학 구조개혁'의 칼바람이 또다시 20대 청춘들을 추위에 떨게 하고 있다.
3월 3일 자 국제신문의 '경성대 무용학과 다시 존폐 기로' 기사가 보도된 후, 해당 재학생뿐만 아니라 부산지역 대학 중 폐과 위기에 처한 모든 학생의 불안감은 한층 더 커졌다. 그리고 그들의 거리 투쟁을 보도한 3월 7일 자 '무용학과의 눈물 "경제논리·취업률 잣대 폐과 부당"'기사에서는 학생들의 비통한 울음소리가 절로 들리는 듯했다. 그러나 우려는 현실이 되고 말았다. 경성대 무용학과와 교육학과의 폐과 사실이 명시된 학칙 개정안이 지난 14일 대학 포털사이트에 돌연 공고되면서, 사실상 폐과 확정의 모양새를 보인 것이다.
이제 '학교의 주인은 학생이다'라는 말은 '젊은이들의 넋두리 정도'로 치부되는 걸까? 독재정권과 싸운 근대 민주화 운동에서는 언제나 학생들이 앞장서 있었다. 각종 비리에 연루된 총장과 '국민 밉상' 정유라를 자리에서 끌어내린 것도 몇 달간 농성을 펼친 이화여대 재학생들의 힘이었다. 하지만 '대학 구조개혁'이라는 거대한 암초가 등장한 뒤부터 학교에 대한 학생들의 최소한의 권리는 길을 잃은 채 표류하고 있다. 제 항로를 되찾기 위해 대학생은 언제까지 '생존 몸부림'을 쳐야 하는 것일까?
사실 '학령인구의 감소에 따라 대학의 정원을 감축한다'라는 대학 구조개혁의 취지 자체는 충분히 일리가 있다. 대학 운영의 큰 타격인 학령인구 감소는 우리 사회가 해결해야 할 문제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원 감축'에 너무 과한 집중이 쏠린 나머지, 구조개혁 취지를 왜곡하는 일부 사례가 오히려 대학 본연의 역할을 해쳤다. 많은 대학이 구조개혁 평가 하위 등급에서 벗어나기 위해 온갖 노력을 기울였다. 학내 정원을 힘들게 감축하고, 건물 신축과 교과과정 개편 등에 목돈을 투자해 혁신정책을 펼치거나 취업률에서의 성과를 냈다. 하지만 이런 노력이 대학 평가 기준에 반영되지 못해 낮은 등급에 머무는 경우가 허다했다. 대학 평가 기준에 모두가 납득할 만한 합리성이 결여됐다는 점을 증명하는 사례이다.
작년 산업연계 교육활성화 선도대학(PRIME, 프라임) 사업 대상 선정 시, 이화여대가 정유라에게 학사 특혜를 준 대가로 프라임사업 대상에 선정되고, 이대보다 선 순위였던 상명대학교가 사업 대상에 탈락한 어처구니없는 악례까지 존재한다. 무엇보다 이 모든 사태의 근원인 '학령인구 감소', 즉 저출산 문제에 대해서도 대학의 정원 감축, 학과 통폐합만큼이나 대안이 마련되고 있는지도 의문이다.
대학가의 혼란이 갈수록 가중되는 지금, 언론도 대안을 찾아 나서야 한다. 그리고 대안 찾기에 앞서 유념할 점은 언론 보도 때문에 또 다른 혼란이 발생하지 않도록 사건에 더욱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다. 2016년 1월, 당시 경성대 무용학과 재학생들은 오로지 언론에 보도된 기사를 통해 폐과 소식을 통보받았다.
여기서 우리는 '통보'의 역할에 충실했던 일부 언론의 기사 표현방식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당시 일부 언론의 기사에 의하면, '경성대가 무용학과를 폐지하기로 했다'와 같이 100% 확정적인 표현들을 사용했다.
하지만 해당 기사에 무용학과 측의 입장이 담긴 내용은 아예 없을 뿐더러, 폐과 통보 외에 별다른 알맹이가 없는 짤막한 기사들이었다. 단순히 한쪽의 입장만을 전달하는 언론플레이 기사들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다. 국제신문은 이러한 오류를 범하지 않도록 초심을 잃지 않고 공정한 보도를 해주었으면 한다. 그리고 사건 발생 후에 보도하는 사후통보식의 기사보다는 한발 앞선 기사들을 통해 대학가의 현 시국을 면밀히 진단해주길 바란다.
이 순간에도 폐과 위기의 학생들은 둥지를 되찾기 위해 여전히 투쟁 중이다. 꽃샘추위가 화사한 봄꽃을 피워내듯이, 그들에게 지금 이 순간은 영원한 냉기류가 아닌 꽃샘추위이길 기도한다.
경성대 4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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