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메이저리그에서 큰 활약을 했던 일본인 투수 노모 히데오는 우리나라에도 잘 알려진 선수다. 그는 온몸을 꼬아 던지는 독특한 투구 자세 등의 이유로 고교 졸업 후 프로구단의 지명을 받지 못했다. 그래서 신일본제철이라는 사회인 야구팀에 입단한다. 1988년 서울 올림픽에 출전한 노모는 일본의 은메달 획득에 큰 기여를 했다. 당시 한국 야구 팬들은 프로가 아닌 사회인 야구팀 소속 선수의 뛰어난 기량에 감탄을 한 바 있다.

야구 도입 시기가 우리나라보다 훨씬 이른 일본에서는 사회인 야구도 나름 많은 팬을 확보하고 있다. 수준 역시 준프로급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각종 국제대회에 프로 선수들의 출전이 허용되기 전까지 사회인 야구팀은 일본 대표팀의 주축을 이뤘다. 일본 사회인 야구팀이 강한 건 야구 인구 저변이 넓어서다. 일본은 고교 야구팀만 4000개가 넘는다. 야구장 등 관련 인프라도 탄탄하다.

우리나라에 사회인 야구가 본격화된 건 2000년 이후다. 그 전까지 야구는 직접 공을 차고 뛰는 축구와 달리 '보는 스포츠'라는 인식이 강했다. 축구는 공 하나에 공터만 있으면 여러 명이 즐길 수 있었지만 야구는 아니었다. 기본적으로 글러브 등 개인 장비가 필요했고 일정 규모의 야구장이 없으면 제대로 경기를 할 수 없었다. 하지만 프로야구의 인기에 힘입어 운동장 임대업이 등장하는 등 관련 산업이 호황을 누리면서 몇 년 새 사회인 야구는 새로운 레저문화로 자리매김을 하고 있다.

부산에서도 사회인 야구 열풍은 거세다. 대략 500개 팀에 2만여 명이 소속된 것으로 추산된다. 그러나 부족한 시설 때문에 동호인들의 고충은 크다. 얼마 되지 않는 야구장 숫자에 비해 팀이 많다보니 경기를 치를 장소를 찾는 게 '하늘의 별 따기'다.

이런 고민을 가진 지역의 야구 동호인들에게 최근 안 좋은 소식이 전해졌다. 부산시 낙동강관리본부가 삼락·화명·대저·맥도 등 생태공원 4곳의 야구장(11면) 사용료를 크게 올리기로 방침을 정했기 때문이다. 이곳은 부산의 사회인 야구팀의 60%가량이 이용한다고 한다. 회원들의 회비로 살림을 꾸려가는 각 팀으로서는 악재를 만난 셈이다. 아마추어 야구계에서는 리틀야구단도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용 요금 현실화가 필요하다는 주무부서의 말은 충분히 납득이 간다. 반면 '가깝고 저렴한 동네 야구장'을 바라는 동호인들은 아쉬워 할 수밖에 없을 터다. 생활체육 활성화 차원에서 묘안이 나왔으면 한다.

염창현 논설위원 haorem@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