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이 아시아 해운·금융 허브로 성장하는 데 필수적인 해운거래소의 설립을 골자로 한 해운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는 소식이다. 해운거래소 설립은 항만도시로 고착화된 이미지를 글로벌 해운거래 중심지로 변화시키기 위한 부산의 오랜 숙원이었다. 이번 해운법 개정안 통과는 그간의 노력이 이제야 첫 단추를 끼웠다는 점에서 반가운 일이다. 하지만 기획재정부와 행정안전부 반대로 재정지원 조항이 삭제돼 반쪽짜리에 그친 것은 납득하기 힘들다.

해운거래소는 해운시장 거래정보를 바탕으로 주요 항로에 대한 운임지수를 발표하고 운임선물거래를 관리하는 기관이다. 외국 선진 항만은 경기에 따라 널뛰기를 되풀이하는 해상운임 변동의 위험을 분산시키고 연관산업을 키우는 해운거래소를 운영하고 있다. 이와 대조적으로 우리는 이 같은 리스크에 효율적으로 대처하지 못해 끝내 한진해운이 파산되는 지경까지 이르렀다. 이번에 해운법 개정안이 통과된 것은 뒤늦게 나마 정부가 해운거래소 설립이 시급하다는 것을 인식했다는 점에서 다행스럽다.

그런데도 지역사업이라는 등의 이유로 연간 30억 원 정도인 재정지원을 반대한다니 정부가 해운거래소 설립에 진정한 의지를 가진 것인지 의심스럽다. 무엇보다 해운거래소 설립이 부산의 사업이어서 다른 지자체와 형평성을 고려해 재정을 지원할 수 없다는 해명은 궁색하다 못해 황당하다. 해운산업은 부산의 산업이기 이전에 국가 기간산업이다. 국가 해운산업의 중심지여서 부산에 해운거래소가 설립되는 것인데도 이를 다른 지자체의 일반적인 지역사업과 동일하게 취급하는 정부 인식이 놀라울 뿐이다.

정부의 해운산업에 대한 인식이 이런 식이니 세계 7위인 한진해운이 어처구니없이 사라진 것은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그나마 한진해운 사태에 화들짝 놀라 서두른 해운거래소 설립마저 이처럼 반쪽에 그쳤으니 앞으로 제 역할을 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따라서 정부는 해운법 개정안에서 삭제된 해운거래소 재정지원 조항을 추가해야 마땅하다. 해운산업에 대한 몰이해로 한진해운이 사라지게 한 잘못을 또다시 되풀이할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