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초 세계 경제포럼인 스위스 다보스포럼에서 클라우스 슈밥 교수가 제4차 산업혁명이란 화두를 던져 주목받았다. 이 화두는 이제 전 세계를 강타하는 이슈가 됐다. 4차 산업혁명이 산업과 경제의 혁명적 변화를 몰고 오는 것은 물론이고 인류의 삶과 미래를 근본적으로 바꿔놓을 파괴력을 지녔기 때문이다. 현재 세계 각국은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하기 위해 정책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우리나라 대선 주자들도 이 화두를 자주 입에 올린다.
세계경제포럼에서 제시한 4차 산업혁명은 인류가 지금껏 경험했던 것과는 차원이 다른 새로운 문명의 전개를 예고하고 있다. 디지털 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제4차 산업혁명은 사실 21세기의 시작과 동시에 이미 출현하였다고 볼 수 있다. 1, 2, 3차 산업혁명을 거치면서 인류는 인간의 육체노동을 기계로 대체하는 방식을 더욱 심화시켜 왔다면 4차 산업혁명으로 인공지능 기술에 의해 인간고유의 영역이라고 여겼던 예측과 추론의 사고 영역까지 기계로 대신하는 시대를 연 것이다. 따라서 육체노동자뿐만 아니라 지식노동자까지도 대부분의 일자리가 사라지거나 새로운 형태로 변화시킬 가능성이 크다.
2016년 다보스 포럼에서는 인공지능과 로봇 등의 대체로 2020년까지 제조업 사무직 등 최소 500만 개 이상의 일자리가 사라질 것이라는 예상을 내놓았다. 우리나라의 경우 2017년 초등학교에 입학한 어린이의 50%는 4차 산업혁명의 영향으로 기존에 없던 새로운 직업에 종사할 전망이다.
이 시점에서 무엇보다 시급한 것은 우리나라 교육의 전면적 개혁이다. 지금과 같은 지식 전달방식인 주입식, 암기 위주의 교육, 입시 위주의 객관식 평가방식의 교육시스템으로는 다가올 미래사회에 적응할 인재 육성이 어렵다.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할 인재육성을 위해서는 학생들의 사고력과 문제해결력, 창의력을 키우기 위한 교육의 혁명적 대안이 요구된다.
교육혁명은 학교 수업 방식의 개혁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교사의 일방적 강의 방식에서 벗어나 학생 스스로 문제 해결을 위해 생각하게 하고 그룹별 토론을 통해 문제 해결 능력을 키워가는 자율형 프로젝트 수업방식의 전면 도입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초등학교에서부터 대학에 이르기까지의 모든 교실을 교단 중심의 자리 배치를 철폐하고 소그룹별 모둠형의 자리 배치의 교실 구조로 바꾸어야 한다. 이러한 그룹별 자리 배치로 학생이 강의 시간을 주도하면서 실험 실습 체험 또는 온라인 기반 학습 과정을 통해 자료를 검색하고 토론하는 과정을 통해 협동심과 창의적 문제 해결 역량을 키워 가는 것이다. 지식의 양이 문제가 아니라 협동심과 개인의 창의력 그리고 복합적 문제 해결 능력이 우선되는 사회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서둘러야 할 것은 대학입시제도의 개혁이다. 대학 입학시험에서 프랑스의 바칼로레아 방식의 논술형 수능제도를 도입하자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초·중·고 12년간의 교육은 대학 입시 준비 기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높은 점수를 얻기 위한 암기 위주의 주입식 교육의 연장이다.
그런데 지금처럼 객관식 선다형으로 단편적인 지식 평가에 의존하는 수능은 창조적이고 복합적 문제 해결 능력을 키우는 데 도리어 방해가 된다. 종합적 사고력과 문제 해결력을 평가해 미래사회에 필요한 역량을 키우기 위해서는 주관식 논술형의 수능이 도입되어야 한다.
그동안 객관식 수능의 보완 방법으로 일부 대학에서 논술 전형이 시행됐으나 최근 들어 평가의 객관성 확보가 어렵다는 이유로 줄어들고 있고 이 추세라면 이마저 없어질 수도 있다. 평가 목적이 교육의 질적 향상을 도모하고 미래형 인재 양성이 목적일진대 객관성에 매몰되어 미래형 인재양성에 역효과인 평가방식을 유지해서야 되겠는가. 논술형 수능의 방향만 세워지면 객관성의 문제는 여러 가지 해결 방법이 있다.
교육개혁은 4차 산업혁명시대에 미래를 위해 반드시 이루어야 할 시급하고도 중요한 과제다. 새로운 패러다임의 교육이 들어서지 않으면 나라의 미래가 보이지 않고, 자라나는 세대들의 암울한 미래가 있을 뿐이다.
한국해양대 명예교수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