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게이트'로 정국이 사상 유례없이 요동치고 있는 가운데 난데없는 대구 신공항 건설 문제까지 불거져 영남권이 들썩이고 있다.

줄곧 김해공항 확장에 따른 소음 피해를 취재해온 기자로서 어리둥절한 심정이랄까. 일단 국책사업인 만큼 계획대로 진행될 것으로 확신하고 있지만 뒷맛이 개운치 않은 게 사실이다.

이런 와중에 김해 시민들 사이에서는 김해공항 확장에 따른 소음피해 문제가 뜨거운 쟁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김해공항 주변의 소음 피해는 사실 직접 겪어보지 않고는 체감하기가 쉽지 않다. 김해시청을 1년여 전부터 출입하고 있는 기자도 마찬가지였다. 당시 처음 항공기 소음 피해를 겪은 기억이 아직 생생하다. 김해시청 건물 밖에서 휴대전화로 통화하고 있는데 갑자기 '쌔액~쌕'하는 날카로운 금속성 소음이 들리는가 싶더니 아예 통화가 불가능한 지경이 됐다. 항공기 소음과는 거리가 먼 창원에서 거주하는 기자로서는 말로만 듣던 항공기 소음과 마주하는 순간이었다.

놀란 것은 또 있었다. 지나가는 항공기들이 '집채만큼' 크게 보인다는 것이었다. 항공기가 몸체에 박힌 로고가 식별될 정도로 지상 건물과 가깝게 날기 때문이다. 현재 김해공항을 이륙한 항공기는 김해 돗대산, 신어산 쪽으로 상승하다 급격하게 왼쪽으로 기수를 틀며 창공을 박차오른다. 항공전문가들은 이륙한 항공기와 시청과의 거리는 불과 1㎞ 내외, 여름철에는 500~700m밖에 되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한다. 여름철에 항공기가 더 낮게 나는 것은 이때 불어오는 바닷바람인 남풍을 안고 비행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얼마 전 김해시와 시민단체가 공동 주최한 범시민 항공기소음체험행사에 참여했다. 김해공항에서 3㎞ 떨어진 불암동 마을회관 부근의 소음은 상상을 초월했다. 육중한 몸매의 회색빛 군용기가 지나갈 때면 말 그대로 '지축이 흔들린다'는 느낌이 들었다. 이곳에서 나고 자랐다는 한 70대 어르신은 "수년 전 난청 증세로 장애 6급 판정을 받았다"며 미간을 찌푸렸다. 주민들은 4~5분에 한 대씩 이착륙하는 항공기 소음으로 대화를 이어가기 어려울 정도라고 호소했다. 평소에도 마치 언쟁하듯 목소리가 크고 굵어진 것도 일상적으로 소음에 노출돼 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항공기 소음 때문에 기본적인 생활의 질이 엄청나게 떨어진다는 것이다.

공항소음방지법상 김해 공항 주변 소음영향권(소음대책지역·75웨클 이상)에 든 곳은 702가구다. 대부분 부산 강서구 주민이며, 김해지역은 불암동 53가구가 해당된다. 하지만 김해소음대책위원회는 부산시의 경우 강서구 일부 지역만 소음권역에 들지만, 김해는 시내 중심부 상당지역이 소음피해에 시달린다고 강조한다. 김해시 삼정동, 부원동, 봉황동은 소음대책 지역 바로 아래 단계인 70~75웨클에 속하고 향후 공항 규모가 확장되면 내외동, 서부칠산동 등으로 소음 피해 구역이 더 넓어진다는 것이다. 이는 사실상 도심 전역이 소음 스트레스 지역에 놓인다는 말이다.

김해공항 확장을 추진 중인 부산시가 앞장서서 공항 주변 소음피해 지역의 확대를 건의하는 등 소음피해지역 주민 지원 대책을 추진 중인 것은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이다.

2000년 전 '빛나는 철의 나라'로 위세를 떨쳤던 가야 왕도 김해시. 연간 1000만 관광도시를 꿈꾸는 김해시가 소음공해 도시로 전락할지, 아니면 유구한 전통을 지닌 역사도시로 남을지는 정부와 경남도, 부산시의 몫으로 남았다.

사회2부 부장 feel@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