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의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결정을 앞두고 나라를 두 동강 낼듯한 극한 대립이 이어지고 있다. '탄핵이 기각되면 혁명이 일어날 것', '탄핵이 인용되면 내란 상태가 될 것'이라는 섬뜩한 주장이 오간다. 더욱 우려되는 점은 헌법재판관을 향한 테러 위협이다. 이정미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을 살해하겠다는 취지의 글을 인터넷에 올린 20대 남성이 협박 혐의로 경찰에 입건됐다. 경찰이 실탄을 장전한 권총을 차고 헌법재판관 8명을 24시간 근접 경호하는 와중에 벌어진 일이다.

탄핵 정국의 다른 한 축인 특검이라고 사정이 다르지 않다. 박영수 특검 자택 앞에서 열린 집회 참가자들이 '특검을 처단해야 한다, 목을 쳐야 한다'는 막말을 쏟아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게다가 야구방망이까지 등장했다고 한다. 또 다른 '특검 규탄' 집회에선 박 특검과 이규철 특검보를 교수형에 처하는 사진이 내걸리기까지 했다니 충격이 아닐 수 없다. 경찰은 박 특검과 특검보 4명, 윤석열 수사팀장에 대한 신변보호 요원을 투입하며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탄핵 찬반집회 세 대결은 더욱 거세다. '박근혜정권 퇴진 비상국민행동'은 17차 범국민행동의 날 집회를 열고 탄핵안 인용과 특검 연장을 주장했다. '대통령 탄핵기각을 위한 국민총궐기 운동본부'는 제14차 탄핵기각 총궐기 국민대회에서 탄핵이 인용되면 어마어마한 참극을 보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선 후보 등 여야 정치인이 각각 참석한 가운데 열린 이날 집회에 이어 양측은 3월 1일 대규모 집회를 예고했다.

예정대로라면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최종변론이 27일 이뤄지고, 특검의 수사 기간은 28일 종료된다. 탄핵심판 대통령 대리인단 측 반발 및 박 대통령 출석 여부, 그리고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의 특검 연장과 관련한 입장 표명이 변수다. 세 대결이나 극단적인 돌출행동은 안 된다. 헌재나 특검의 행보는 순리대로 이뤄져야 마땅하다. 전대미문의 국정농단으로 허물어진 국격을 바로 세우는 잣대는 민주주의와 법치주의 말고는 없다. 헌법과 법률의 틀 안에서 합리적인 결정이 이뤄져야 하며 이에 승복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