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미안하다'라고 말할 줄 모르는 인간을 싫어했다. 전략적으로 사과하지 않는 사람이라면 더더욱. 그날은 아침부터 기분이 좋지 않았다. 좋을 수 없는 날이었다. 사건은 4개월 전부터 시작되었다.

차 부속 하나가 고장 나서 정비소에 가서 차를 보이고, 부속을 주문했다. 부속이 도착하면 전화를 주겠다고 했다. 전화가 올 때까지 내 차는 범퍼 한쪽을 달랑거리며 취재 여행을 도왔다. 한 달이 지났다. 카센터는 전화를 주지 않았다. 다시 전화했더니 누락이 됐다고 했다. 또 한 달이 지났다. 또 전화했더니 담당자가 바뀌어서 모르겠다고 했다. 세상에 한 사람이 평생 다닐 직장이 어디 있으랴. 더러 사람도 바뀌고 인수인계가 제대로 되지 않기도 하는 거지. 스마트폰 너머의 직원은 덤덤하게 다시 부속을 주문하겠다고 했다. 다시 또 한 달이 지났다. 전화했더니 기록에 없다고 했다. 또 또 한 달이 지났다. 4개월 동안 내 차는 범퍼를 덜덜 떨며 겁 많은 주인을 따라다녔다. 총 4개월을 기다린 끝에 나는 차 수리를 받을 수 있었다.

휑하게 넓은 카센터엔 몇 명의 직원이 제 업무에 분주했다. 전에도 몇 번 본 적이 있었던 담당 직원과 마주 앉아 그가 컴퓨터를 두드리는 걸 지켜보았다. 차 번호를 입력한 후, 내 차의 이력이 떴을 것이다. '부속이… 준비되어 있습니다. 차 맡기고 나중에 찾으러 오시면 되겠네요.' 두 개의 문장은 간단했다. 그러나 그 말을 들으려고 한 건 아니었다. 그가 잊고 있는 한 마디가 있었다. 나는 4개월을 기다렸다. 보통은 카센터가 본사에서 배송받기까지 일주일도 안 걸리는 부속이었다.

나는 그가 사과하기를 기다렸다. 작고 마른 남자는 모니터만 들여다볼 뿐 말이 없었다. 4개월이 지났네요. 내가 운을 떼자, 남자는 영문을 모르겠다고 했다. 4개월간 한 4통의 전화와 마침내 하게 된 독대는 사무적이고 방어적인 태도만 전해주었다. 영문을 모르겠다, 그게 전부였다. 남자는 하나, 둘, 셋… 하며 컴퓨터 속에 있는 나와의 통화 기록을 세었다. 나는 그의 카운트를 잠잠히 듣고 있었다. 오후 2시쯤 찾으러 오시면 되겠네요. 그렇게 말하고 남자는 내 얼굴을 빤히 쳐다보았다. 할 말이 달리 떠오르지 않았다. 이미 우리는 충분한 대화를 한 것 같았지만, 내가 받아야 할 어떤 것이 빠져 있었다.

나는 약속한 대로 세 시간 후 차를 찾으러 갔다. 수리비를 내려고 지갑을 여니, 지갑 속에 체크카드가 없었다. 어젯밤 피자를 주문하느라 책상 위에 빼놓은 걸 잊고 나온 것이다. 집에 가서 이체해주겠다고 했더니 담당 직원은 이렇게 말했다. 마트에서 물건을 사셔도 돈을 내고 가져가셔야죠. 결국 나는 4개월간의 이야기를 그에게 다시 들려주었다. 그의 눈빛은 흔들리지 않았다.

나는 4개월을 기다렸는데 당신들은 30분을 못 기다리시네요. 그때도 남자는 모니터만 쳐다보고 있었다. 나는 그의 얼굴 앞에 내 얼굴을 바짝 갖다 대고 말했다. 사람은 그럴 수 있어요. 그런데 왜 사과를 안 하시죠? 남자의 입에서 마지못한 사과가 흘러나왔다. 제 고객 응대에 문제가 있었다면 사과드리겠습니다. 수리비를 좀 디씨 해 드릴게요.

거기서 나는 폭발했다. 사람을 뭘로 보고. 나는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다른 카드로 이체를 부탁하고, "당신 사과는 참 의미 있네요. 참 빨리 하셨어요"라고 비꼬았다. 그리고 할인 따윈 필요 없으니 그대로 결제를 해달라고 했다. 왜 그때야 그 남자가 당황했을까. 할인을 받지 않겠다고 하자, 왜 그 남자는 그때야 '죄송합니다…'라는 말을 반복해서 말했을까.

화가 난 채로 집으로 돌아오다 그 처지가 이해되었다. 고객들은 이것저것 트집 잡아 사과를 끌어내고, 그 사과를 빌미로 할인을 받으려 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할 거라는 걸. 그에게 나는 트집을 잡는 진상 고객으로 보였을 거고, 할인을 거부했을 때야 내가 원하는 게 뭔지 알았던 거다. 그러나 그 이전에 고장 나지 않은 부속을 교체해 수리비를 과다 청구하는 카센터 사장들이 있었을 거고, 그 이전에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카센터를 유지하기 어려운 경제 사정도 있었을 거다. 그 이전에 자기 사업장을 차리지 않으면 턱없이 낮은 임금을 주는 사업장이 있었을 거고, 그 위에 차를 만드는 대기업, 그리고 그 위에…….

정치가 있다. 나는 정치에 사과를 받아야겠다.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