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시가 극지타운을 본격 추진한다고 한다. 국제신문과 극지해양미래포럼이 제안한 사업이 결실을 보게 돼 기대가 크다. 제2 극지연구소, 극지실증연구단지, 극지체험관, 박물관, 연구 지원시설을 한곳에 모아 부산을 극지연구 메카로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때마침 용호만 매립지의 하수종말처리장 부지 2만3000㎡가 확보되어 있으니 정부 인가만 나면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제2 쇄빙선도 유치해 동삼혁신지구에 연구 조사선 전용부두를 건립할 예정이다.

극지 관련 시설을 한곳에 모은 극지타운은 세계 최초로 추진되는 사업이어서 특히 주목된다. 극지 시설은 뉴질랜드, 노르웨이, 핀란드 등 세계 각국에 있지만 시설을 한곳에 모은 타운 형태는 부산이 처음이다. 남극의 통로인 뉴질랜드의 경우도 시설이 여러 곳에 흩어져 시너지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중국은 예전에 극지타운 조성에 나섰으나 해당 부지가 타 용도로 전용되는 바람에 실패했다고 한다. 계획대로 부산에 극지타운이 건립된다면 그만큼 경쟁력을 갖게 되는 셈이다.

뜻도 좋고 방향도 옳지만 사업을 성공시키기까지는 적지 않은 과제가 산적해 있다. 가장 우려되는 것은 극지에 대한 인식과 의지의 결여이다. 극지연구소가 부산이 아니라 인천으로 간 것은 좋은 예가 된다. 한국해양기술원(KIOST) 산하 기관인 극지연구소는 동삼혁신도시에 부지까지 마련해 놓고 유치 활동을 게을리하는 바람에 놓치고 말았다. 적어도 과거의 실패를 반복하는 일만은 없어야 할 것이다. 부산시와 지역 국회의원들이 힘을 모아야 함은 말할 필요도 없다.

오는 9월 한국해양과학기술원을 끝으로 공공기관 부산 이전이 완료되는 만큼 시설 결집을 통한 해양산업의 한 단계 도약을 기해야 한다. 극지타운은 이들 기관과 인력, 시설 간의 협력 체계를 극대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주목된다. 박물관의 경우 국립해양박물관, 부산해양자연사박물관과 대별되면서 연계 효과를 내도록 해야 하겠다. 조선, 해운업과 해양·수산 기관, 한국선급, 해양대·부경대 등과 협력한다면 연구와 체험, 인력 양성의 허브로 발돋움하는 데 손색이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