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남 피살 사건 발생 일주일이 지난 어제 말레이시아 경찰이 첫 공식 기자회견을 했다. 말레이시아 경찰은 김정남의 사망이 독극물에 의한 것이며 북한이 암살 배후일 가능성을 시사했다. 검거된 리정철 외 범행 당일 말레이시아에서 출국한 남성 용의자 4명 또한 모두 북한 국적자라는 점 등 때문이다. 사건 이후 북한 관련성이 끊임없이 제기돼 왔지만 말레이시아 당국이 공식적으로 그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국제적인 파문이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말레이시아 경찰은 김정남의 신원 확인과 부검 결과 등에 대해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며 매우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였다.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수사를 하겠다는 원론적 입장을 밝힌 것이다. 하지만 리정철과 도주한 남성 용의자 4명의 국적을 고려할 때 북한 관련성은 명확해 보인다. 특히 이들 모두 범행 당일 출국했다는 점을 볼 때 이 같은 정황은 더욱 짙어질 수밖에 없다. 추가적인 조사를 거쳐 이번 사건이 북한의 소행으로 밝혀지는 것은 시간 문제인 셈이다.

북한은 사건이 발생하자마자 주 말레이시아 대사를 김정남 시신이 안치된 병원으로 급파하는 등 민감한 반응을 보여 왔다. 그러면서 말레이시아 당국의 부검 결과를 믿을 수 없다며 부검도 하지 말고 시신을 인도하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북한과 관련이 없다면 굳이 이렇게까지 서두르며 생떼를 쓸 아무런 이유가 없다. 오히려 부검을 통해 명확하게 사인을 밝히고 자신들과 무관함을 주장하는 게 상식적인 처사인데도 도둑이 제 발 저린 식의 태도를 보였다.

김정남 암살의 전모가 조금씩 밝혀지면서 배후로 지목된 북한의 대응 또한 주목된다. 국제사회에서 고립이 더욱 심화되면서 또 다른 도발을 감행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백주에 공항에서 충격적인 암살을 자행하는 정권이 이제는 어디로 튈지 모르기 때문이다. 우리 정부가 한반도 안보와 국민 안전에 다시금 각별한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다. 아울러 반인권적 테러 혐의를 받는 북한 정권을 응징하도록 국제사회에 호소하는 외교적 노력에도 온 힘을 쏟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