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인터넷 상에는 '전 세계에서 20대가 가장 많이 거주하는 곳이 어디냐'는 다소 엉뚱한 질문이 떠 돈 적이 있었다. 정답은 서울의 노량진이었다. 취직 시험을 위해 노량진역 부근에 형성된 각종 학원으로 20대들이 몰리는 현상을 풍자한 질문과 답이었다. 그래서인지 노량진은 20대 청춘들의 한숨과 희망이 섞여 있는 곳으로 불리기도 한다. 설이나 추석이 되면 여러 언론매체가 이른바 '노량진 고시촌'에서 명절을 보내는 젊은이들의 이야기를 앞다퉈 보도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20대는 미성년과 기성세대의 중간에 끼어 있는 까닭에 상대적으로 사회의 주목을 덜 받는 세대다. 하지만 선거 때가 되면 사정이 달라진다. 20대 유권자의 표심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어서다. 탄핵정국으로 조기대선이 거론되는 올해는 20대가 더욱 '귀한 몸'이 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의 무능과 최순실 국정농단에 분노한 젊은층이 투표에 적극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밝히고 있기 때문이다. 일부 여론조사에서는 이번 대선에 반드시 투표하겠다는 20대 응답자의 비율이 80%를 넘어섰다.

당연히 대선주자들도 20대를 겨냥한 공약 개발에 몰두한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는 130여만 개의 일자리를 만들어 청년 실업난을 해소하겠다는 약속을 했다. 또 안희정 충남지사는 경제민주화를 통한 청년 일자리 창출을, 바른정당의 유승민 의원은 신림동과 노량진 고시촌을 실리콘밸리와 같이 창업의 요람으로 만들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대선주자들의 이 같은 발언이 현실화된다면 이보다 더 좋은 일이 없을 터다. 하지만 상황은 녹록지 않다. 정부 자료를 보면 지난해 우리나라의 20대 실업률은 9.8%였다. 한참 일을 해야 할 20대 10명 가운데 1명은 실업자라는 이야기다. 게다가 용케 일자리를 구했다 하더라도 비정규직이 많아 안정적인 생활이 불가능한 경우가 많다.

이러다 보니 학자금이나 생활비로 빌린 돈을 제때 갚지 못해 워크아웃(채무조정)을 신청하는 20대가 지난해만 1만1102명에 달했다고 한다. 이는 최근 2년간 37%가 늘어난 수치다. 전 세대 가운데 증가율이 가장 높았다. 소득과 담보가 없는 탓에 은행에서 돈을 빌리기 힘들어 고금리 대출을 받았다가 빚을 산더미처럼 키우는 사례도 허다하다. 20대들의 입에서 우리나라를 지옥에 비유한 '헬조선'이라는 탄식이 그냥 나오는 게 아니다. '청년 실신(실업+신용불량)시대'에 사는 20대의 현실이 참 안타깝다.

염창현 논설위원 haorem@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