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1위, 세계 7위 선사였던 한진해운이 창립 40년 만에 비극적인 종말을 맞았다. 법원이 어제 한진해운에 파산 선고를 내린 것이다. 한진해운 파산은 국가 기간산업인 해운업의 위기에 다름 아니다. 당장 한때 세계 6위였던 한국 해운업 규모는 한진해운 법정관리 개시 전과 비교해 반 토막이 났다. 한진해운이 모항으로 사용했던 부산항은 직접적인 피해를 받고 있다. 한진해운 파산의 후유증 수습과 함께 책임자를 밝혀내 응분의 대가를 치르게 해야 하는 이유다.

한진해운 여파로 지난해 해상운송 국제수지는 5억3060만 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2006년 관련 통계를 낸 후 처음이다. 또 부산항은 지난해 7년 만에 물동량이 감소했다. 이 때문에 부산항은 세계 컨테이너 처리 실적 순위 5위 탈환에 실패했다. 한국선주협회는 환적화물 감소, 운임 폭등 등으로 인한 피해액을 20조 원으로 추산했다. 한진해운으로부터 밀린 대금을 받지 못한 부산 경남 협력업체는 271개사, 피해액은 476억 원이다. 실직자는 부산에서만 3000명, 전국적으로 최대 1만 명을 넘을 것으로 보인다.

한진해운 살리기 부산시민비상대책위는 무능한 금융당국자, 책임 회피에 급급한 채권단, 힘없는 해양수산부, 무책임한 사주, 정부의 오판을 한진해운 몰락의 원인으로 꼽았다. 최은영 전 회장은 호황기 때 비싸게 장기 계약한 용선료 탓에 누적 손실을 초래했다. 회사가 망할 처지가 되자 한진해운 보유 주식을 모두 팔아치웠다. 정부는 국책은행을 앞세워 수수방관하다 회생의 골든 타임을 놓쳤다. 한진해운 법정관리 이후 빚어진 글로벌 물류대란은 무책임의 극치다.

정부는 강력한 국적 선사 육성 방안을 내놓아야 한다. '현대상선은 세계최대 해운동맹인 2M에 다리만 걸친 상태이고 한진해운을 대신할 새로운 국적 선사는 아직 운항도 않고 있는 현실'에서 정부의 6조5000억 원 규모 금융 지원이 실효를 거둘지 미지수다. 이와 함께 한진해운 사태에 대한 국정조사와 책임자 처벌 등 항만물류업계의 요구를 무시할 수 없다. 한진해운 법정관리 직후 열린 국회 청문회와 국정감사는 알맹이 없이 끝났다. '차기 정부에서 책임을 묻겠다'는 정치권의 경고가 엄포에 그쳐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