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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현 칼럼] 인권, '검사스러움'

'최순실 국정농단'에 주목받는 특검, 공명심은 버려야

국민 분노·여론에도 신중한 수사·인권 잊어선 안돼

  • 국제신문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7-02-09 19:13:36
  •  |  본지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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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의 구속영장 청구로 법원의 영장실질심사가 끝나면 피의자는 구치소로 이송되어 신체검사 등 일정한 구금절차를 밟은 뒤 죄수복으로 갈아입고 영장 발부가 결정될 때까지 대기하는 모양이다. 국민의 관심이 집중된 특별검사 수사에 대한 언론의 상세보도로 알게 됐다. 고개가 갸웃거려졌지만 어떤 이의 영장이 기각되어 석방되자 그가 겪었을 고통을 조롱하며 판사에 대한 성토의 목청을 높이는 여론에서 인권은 들먹일 여지가 없었다.
   
인권이라니? 자세히 찾아보지는 않았지만 아마 '형사소송법'이나 '교정시설 수용자 처우 등에 관한 법률' 어딘가에 관련 법규가 마련되어 있을 것이다. 당연하지, 어떤 검찰인데! 그런데 최상위법인 '헌법'을 찾아보면 제12조 3항에 '체포·구속·압수 또는 수색을 할 때는 적법한 절차에 따라 검사의 신청에 의하여 법관이 발부한 영장을 제시하여야 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즉, 현행범이나 긴급체포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 한 영장 없이 구금할 수 없다는 대원칙의 천명인 것이다.

좀 더 구체화하면, 구속은 영장실질심사 및 관련 수사기록·증거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판사가 규정된 양식의 '구속영장'에 서명날인하여 검사에게 교부하고, 그 영장을 피의자에게 제시해야 적법한 집행이 되는 것이다. 그러니 실질심사가 종료되었다고 곧바로 구속에 준하는 조처는 적법일 수 없으며, 더군다나 교정시설 수용자에 준하는 구금절차를 거쳐 죄수복으로 갈아입히기까지 한다는 것은 헌법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인권유린의 여지가 충분하다. 혹여 그럴듯한 근거를 법규로 제정했더라도 위헌심판을 청구한다면 그 결과를 장담하기 어려울 것이다.

10여 년 형사로 일하다 사직했다. 당시 구속영장을 신청하면 피의자는 형사계 보호실에서 복장의 규제 따위는 없이 결과를 기다렸다. 검찰도 구치감 사정이 여의치 않으면 관할 경찰서에 신병보호를 의뢰했으니 합법인 양했지만 인권침해 논란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께름칙함은 떨칠 수 없었다. 개중에는 신원보증서를 제출하고 귀가했다가 영장이 발부되면 출석하는 경우도 있었다. 사실 가장 합당한 방법이지만 주거가 일정치 않거나 강력범 등의 경우를 생각하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핑계로 께름칙함을 덮기도 했다. 경제의 부침은 있을 수 있어도 민주화와 인권의 퇴보는 있을 수 없고 있어서도 안 될 일이다. 20년 가까이 나라 밖을 떠돌다 돌아오니 민주화는 물론 인권 분야에서의 괄목할 신장을 사회 여러 부문에서 실감하며 이제 명실상부한 선진국 반열이라는 자부심에 뿌듯했다. 하지만 가장 기본적인 사법적 체포·구금에서 실질적 퇴보의 의심이 들자 모든 것을 다시 돌아보고 생각하게 된다.

먼저, 현재 진행 중인 박근혜 대통령 탄핵 심판은 법과 상관없이 더는 통치권을 인정할 수 없다는 게 개인적 감정과 소신이다. 무엇보다 국격(國格)을 바닥으로 떨어트리고 나라의 시스템을 망가트린 데다, 오늘까지도 대통령으로서 최소한의 명예심조차 없는 후안무치의 연속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탄핵안이 국회를 통과하고 헌법재판소 심판에 회부된 순간부터 헌재가 뭔가 서두르는 듯해 개운치 않았다. 그러더니 마침내 퇴임을 눈앞에 둔 검찰 출신의 헌재소장이 탄핵 심판 한계 일자를 특정하는 공식발언까지 나왔다. 이미 일방적 여론이 형성되어 있는 현실이니 큰 이의의 목소리가 나오지는 않았지만, 법에 규정된 심판기일까지 무시한 헌재소장의 재촉과 날짜 특정은 공정성에 의심을 사기 충분하다. 어쩌면 헌재의 이번 탄핵심판은 어떤 결과에도 그 반대편 국민의 승복을 얻지 못해 지워지지 않을 오점으로 남게 될 가능성이 짙다.

특별검사의 경우도 조금만 분노의 감정을 누그러트리고 살펴보면 눈살이 찌푸려진다. 이번 특검의 본질은 그야말로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 사건 규명'이다. 수사과정에서 인지된 관련 사건의 수사까지 그 대상으로 명시했으니 해석에 따라 수사대상을 무한정 넓힐 수도 있다. 그렇지만 어차피 수사 기간이 한정된 특별검사제에서 본질은 최순실을 중심으로 한 국정 농단과 관련 부정행위를 밝히는 일이다. 그런데 수사 초기부터 세월호 사고 당일의 대통령 행적에 중점을 두는 듯 관련자를 소환하고, 조모 간호장교에 대해서는 미국으로의 재출국이 불가능할 것이라는 출처 불상의 압박성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어쨌거나, 특검 수사에서 구속자가 나올 때마다 국민의 박수 소리가 크다. 관련자가 소환될 때는 아우성이 이어지고, 심지어는 욕설에 환호와 갈채가 터지는 비상식적 여론이 형성되기도 한다. 특검에서는 매일 언론 브리핑을 하지만 신중함과 인권에 대한 배려, 흥분된 감정의 자제 촉구 등은 없다. 오히려 은근히 여론에 불을 지피거나 자신들의 뜻에 거슬리면 감정적 목청을 높이는 것도 불사하니 막장 법정드라마인가 싶기도 하다.

사건이 명료하고 국민의 감정이 격앙된 강력범죄의 경우는 상세한 브리핑과 신속한 검거가 최선이다. 그렇지만 경제나 지능범죄의 경우는 수사의 결이 달라야 한다. 국민의 감정과 법의 한계가 다를 수 있고, 피의자와 피해자의 양면성을 함께 지닌 관련자도 있다. 그래서 신중하고 차분하게, 흥분된 국민감정을 진정시키는 세련됨까지 필요하다.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인권이다. 공식적인 검찰조직을 신뢰할 수 없어 대신하는 것이 또 '특별검사'다. '검사'라는 이름이 인권의 보루여야 한다는 원칙과 믿음 때문이다. 하지만 영장 발부 전 피의자 구금에서 보이는 헌법 불일치, 수사라는 이름으로 관련자를 과도하게 언론에 노출해 망신주기를 조장하는 따위의 행태는 언론과 야합한 공명심의 인권유린이다.

   
헌법 제27조 4항은 '유죄의 판결이 확정될 때까지는 무죄로 추정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모두 알고 있으면서도 한때의 분노와 카타르시스 때문에 인권침해를 외면한다. 공명심의 '검사스러움'이 지속되는 한 인권은 벼랑 끝에 내몰리게 된다는 사실을 국민, 특히 언론은 한시도 잊어서는 안 될 일이다.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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