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취임 2주간 8건의 행정명령을 쏟아냈다. 전임 오바마 대통령이 공을 들인 건강보험 개혁법 폐지를 시작으로 반이민 행정명령 등 미국은 물론 온 세상을 들쑤셔놓은 독불장군식 행보라는 비난을 받고 있다.

대통령 행정명령(Executive Order)은 미국 헌법이 연방정부의 수장인 대통령에게 부여한 권한이다. 아무리 힘이 센 미국 대통령이라도 법 제정이나 수정 땐 의회의 협조를 얻어야 한다. 의회의 승인이 필요 없으면서도 즉시 효력이 발생하는 행정명령은 대통령 입장에선 전가의 보도인 셈이다.

그 유명한 에이브러햄 링컨 대통령의 '노예해방선언'도 행정명령이었다. 존 F. 케네디 대통령은 거주와 취업에서 인종차별을 금지하는 행정명령을 내렸다. 이처럼 초대 조지 워싱턴부터 모든 대통령이 행정명령을 활용했다. 그동안 1만3000건이 넘는다.

입법과 비슷한 효력을 가진 행정명령에 제동을 거는 방법은 없을까. 우선 의회를 떠올릴 수 있다. 의회는 행정명령에 이의를 제기할 수 있지만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라는 벽을 넘어야 한다. 의회가 대통령을 거부권을 기각하려면 3분의 2 이상 지지가 필요하다.

또 한 가지 방법이 사법부다. 행정명령 내용이 헌법에 위배된다거나 대통령의 권력 남용이라고 판단될 경우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반이민 행정명령에 급제동을 건 제임스 로바트 워싱턴 주 연방지방법원 판사가 대표적인 예다. 로바트 판사는 이슬람권 7개국 국민의 미국 입국을 당분간 불허하고 이들의 비자 발급을 한시적으로 금지한 트럼프 대통령 행정명령의 효력을 미국 전역에서 잠정 중단하라고 결정했다. 통상 연방정부와 관련 있는 소송에서 적용 범위를 전국으로 확대하는 경향이 있다.

휴가 중이던 트럼프 대통령은 이를 두고 "소위 판사라는 사람(so-called judge)의 의견은 터무니없다"며 가시가 돋친 독설을 쏟아냈다. 알고 보니 로바트 판사는 보수적인 성향이지만 판결은 똑 부러지는 모양이다. 워싱턴포스트는 "로바트 판사는 법정에 나비넥타이를 하고 나와 농담으로 시작해 천둥소리로 끝을 낸다"고 표현했다. 난민 등 사회적 약자를 위한 법률 서비스를 제공하고, 위험에 처한 아동에 관심을 기울여 6명의 아동을 위탁 양육했다고 한다.

반이민 행정명령은 연방대법원까지 지루한 법정 공방을 예고하고 있다. 제2의 로바트 판사가 기대된다.

정상도 논설위원 jsdo@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