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7위 해운사인 한진해운이 청산 절차에 들어간다고 한다. 지난 2일 법원의 회생절차 폐지 결정에 이어 오는 17일 파산 선고가 예고된 것이다. 지금으로 봐서는 한진해운의 파산은 정해진 절차에 불과하다. 40년간 쌓아온 한국 해운산업이 한순간에 물거품이 될 지경이니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재벌의 무책임 경영이 원인을 제공하긴 했지만 해운업을 망가뜨린 건 정부의 무능이 주요인이었다. 선제 구조조정도, 사후 처리도 실패한 것은 한심한 노릇이다.

한진해운의 몰락은 단순히 기업 하나 망한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지난해 한국의 서비스수지는 176억 달러 적자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한진해운발 물류 대란으로 운송수지가 6억3000만 달러 적자로 떨어진 탓이다. 2015년 46억 달러 흑자를 기록한 해운업 수지가 무려 52억 달러나 줄어든 셈이다. 20년 만의 첫 적자를 기록한 해운업 수지는 앞으로도 계속 악화될 우려가 높다는 점에서 문제가 심각하다. 해운 운임 상승으로 적자가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한국의 해운산업이 무너져 내렸지만 정부의 대책은 안일하다. 지난해 10월 해운업 경쟁력 강화방안은 6조5000억 원 금융지원이 전부였다. 지난달 25일 발표한 업종별 경쟁력 강화방안에서는 1조 규모 한국선박회사 설립, 캠코 선박펀드 1조 추가 확충, 2조6000억 규모 선박 신조 지원 프로그램 등으로 구체화됐다. 나름의 종합계획을 내놓았으나 이걸로는 언 발에 오줌 누기다. 한진해운의 90여 척이 사라진 뒤 남은 선박은 현대상선 66척 등 70여 척에 불과하다.

세계 5대 해운사를 키우겠다는 것도 허황하긴 마찬가지다. 현대상선의 시장 점유율은 한진해운의 3분의 1에 그친다. 기껏해야 올해 5척의 컨테이너선 발주를 지원하는 게 무슨 도움이 될까 싶다. 한진해운의 미주노선을 매입한 SM상선은 내년까지 컨선 21척을 운행할 계획으로 있다. 모두 합쳐도 100척도 안 되는 선박으로 해운업을 되살릴 순 없다. 당장의 화급성을 감안하면 정부는 지원을 대폭 늘려야 한다. 더 방치하면 국가 경쟁력의 추락이 불가피하다는 걸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