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날씨가 추웠다. 이럴 때마다 노심초사 걱정되는 두 가지가 있다. 추워서 고객들이 많이 줄어드는 게 첫 번째이고, 또 한 가지는 화재 발생이 많아진다는 것이다. 두 번째 걱정거리는 이미 현실로 다가왔다. 대구의 서문시장에서 발생한 대형화재의 충격이 채 가시기 전에 지난달 15일 새벽에 또다시 여수 수산시장에서 대형화재가 발생하였다. 1층에서 발생한 불은 순식간에 번져 대다수 점포가 불에 타거나 그을려 큰 피해를 입었다. 다행히 새벽 시간대라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평생을 바친 삶의 터전을 잃고 망연자실한 상인들을 보며 안타까운 마음 금할 길이 없다.

서민들의 애환과 정이 넘치고 새벽을 열었던 우리 전통시장이 왜 자꾸만 화마에 무너지고 마는 것일까. 우리 부산진시장도 비슷한 여건과 구조로 되어 있어 남의 일이 아님을 알기에 부산진시장의 자체 화재예방 시스템을 공유하며 상생의 길을 모색해 보고자 한다.

우리 시장은 전기 관련 전문가를 소방안전관리자로 선임해 틈틈이 전기시설물 안전관리를 하고 있다. 화재 원인으로 전기적 요인이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어서다. 또 철시와 동시 변전실에서 매장 전원을 일제히 차단하여 전기화재에 대비하고 있다. 큰 점포 간 통로도 법정 기준 이상으로 확보하고 17개 조합별로 돌아가며 화재예방순찰을 하고 있다. 혼수 원단 등의 품목을 주로 취급하고 점포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어 화재에 취약한 구조라 특히 신경 쓰고 있다. 잘 보이는 곳에 소화기를 비치하고 CCTV 등 화재감시 시스템도 구축했다. 매년 열리는 '부산진시장 가족 한마음 축제'에서도 상인 화합을 기함과 동시에 불조심 다짐도 도모하고 있으며, 매월 4일 소방안전 실천의 날을 운영해 안전의식을 고취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 덕분에 부산진시장은 1913년 상설시장으로 개장한 이래 단 한 건의 화재도 발생하지 않았고, 1300개의 점포와 고객 안전을 지켜왔다. 물론 다른 열악한 시장이 사정이 조금 나은 부산진시장의 시스템을 따라 하기에는 현실적으로 어렵지만, 개선되기 전까지 기본적인 화재예방 수칙만이라도 준수한다면 대형화재를 줄일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에서 몇 가지 당부드린다.

첫째, 전통시장의 주요 화재 원인인 전기시설을 꼼꼼하게 확인해야 한다. 오래된 시장일수록 전기시설이 노출돼 정기적인 점검과 관리만이 안전을 확보할 수 있다. 또한, 겨울철 전열기기 등 전기제품 과다사용 및 문어발식 이용을 자제하도록 해야 한다.

둘째, 화재가 발생하면 누구나 재빨리 사용할 수 있도록 소화기를 잘 보이는 곳에 비치해야 한다. 화재 초기에 소화기 1대는 소방차 1대의 위력을 발휘한다고 한다. 평소 소화기 위치를 잘 알아두고 상품 등으로 가려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 식당 등 화기를 취급하는 곳에서는 가스시설을 정기적으로 점검하고 화기 취급에 주의해야 한다.

셋째, 소방차량이 신속하게 출동할 수 있도록 소방차 통로를 비워두자. 골목 형태의 전통시장은 양옆으로 점포들이 영업하고 있다. 사람이 지나가기도 힘든 곳이 많은데 소방차 등 긴급 차량이 지나갈 수 있도록 통로를 확보해야 한다. 매장 안 복도, 계단에 쌓아놓은 물건도 정리해 화재의 빠른 확산을 막고 고객들이 재빨리 대피할 수 있도록 해야겠다.

마지막으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우리 상인들 스스로가 화재예방에 대한 관심도를 높이도록 인식을 전환해야 한다는 점이다. 우리 재산은 우리가 지킨다는 일념을 가져야 하며, 당국의 정책이나 예방활동에만 의존하는 것은 작은 불씨나 부주의만큼이나 위험할 수 있다. 한 사람 한 사람의 철저한 관심과 실천만이 화재 없는 안전한 전통시장을 만들 수 있다는 점을 반드시 기억하자.

올해는 닭의 해다. 꼬리에 불이 붙은 닭 한 마리가 온 동네를 돌아다니며 초가삼간을 다 태웠다는 우스갯소리의 주인공이 아니라 우리 시장상인들처럼 매서운 추위와 역경 속에서도 힘차게 새벽을 울리는 닭의 기상을 잊지 않기를 염원한다.

대형 화재로 폐허가 되어버린 대구 서문시장과 여수 수산시장 상인들께 힘내시라는 위로의 말씀을 전하며, 이른 시일 내 정상화 되어 새벽이 있는 삶이 있기를 간절히 기원한다.

부산진시장 상인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