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과 체계에 적잖은 문제점이 있었던 건강보험료가 수술대에 올랐다. 정부가 어제 내놓은 소득 위주 개편안은 그간의 불합리·불공정을 해소하는 데 나름 공을 들였다는 점에서 평가할 만하다. 저소득 지역가입자의 건보료를 2024년까지 지금의 절반으로 줄이고, 내년부터 연 소득 100만 원 이하 세대에 1만3100원 최저 보험료를 적용하며, '불로소득' 직장인과 피부양자의 보험료를 인상하는 게 골자다. 월급 이외 재산·이자 소득이 많은 직장인의 보험료를 올리는 것도 포함돼 있다.

한마디로 먹고살기 힘든 계층에 과도하게 부과되는 보험료는 낮추고 고소득·자산가는 올리는 정부 개편안은 형평성 문제를 일정 부분 개선하는 합리적 방안으로 환영할 일이다. 소득과 재산이 있으면서 피부양자로 등록돼 건보료를 한 푼도 안 내는 얌체 무임승차자를 솎아내겠다는 것도 꼭 필요한 조치다. 그럼에도 개편안에 대한 논란 또한 적지 않아 최종안 마련까지는 첩첩산중이다.

정부 개편안은 부과 기준이 소득 중심이긴 하지만 완전한 소득일원화에는 미치지 못하는 게 사실이다. 야당과 시민사회단체에서 "목표의 50%만 개선하는 방안"이라거나 "여전히 고소득층 눈치 보기에 급급하다"는 반응이 나오는 이유다. 3년 주기 3단계 개편도 하늘을 찌르는 건보료 불만 목소리를 감안하면 소극적으로 비친다. 건보료 민원 건수가 2013년 5729만 건, 2014년 6039만9000건, 2015년 6725만5000건으로 해마다 늘어나는 상황에서 시간 끌기는 국민 기대치를 충족하기 어렵다.

건보료 손질은 2014년 발생한 '송파 세 모녀' 자살 사건으로 촉발됐다. 실제 소득 없이 지하 단칸방 보증금 500만 원과 월세 50만 원이 소득으로 평가돼 월 5만 원 정도의 건보료를 낸 사실에 국민이 공분했다. 20여 년 논란에 종지부를 찍는 과감한 개선이 필요하나 어느 제도든 모두를 충족시킬 순 없는 일이다. 건보료 개편안도 상대적 피해자가 생길 수 있다. 국민적 공감대를 얻으려면 최대한 형평성을 높이는 게 관건이다. 그러면서 적용 시기도 가능한 한 앞당기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