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방 이후 미군정청의 민정장관이었던 독립운동가 안재홍 선생은 당시 올림픽후원회 회장도 맡고 있었다. 1947년 그와 체육인들은 이듬해 열릴 예정이던 런던 하계올림픽을 앞두고 어려움에 직면한다. 선수들이 태극기를 가슴에 달고 당당히 입장하는 것을 갈망했으나 막대한 출전 경비를 마련할 길이 없었던 까닭이다.

고민을 거듭한 후원회는 액면가가 100원인 '올림픽후원권' 140만 장을 발행했다. 1등 상금은 100만 원이었다. 후원권은 성황리에 팔렸고 후원회는 8만 달러를 모았다. 이런 국민의 지지 속에 런던으로 간 한국 선수단은 동메달 2개를 따내는 쾌거를 이뤘다. 이 올림픽후원권은 우리나라 복권의 효시로 인정받고 있다.

복권이라는 이름이 정식으로 나타난 때는 1956년이다. 그해 정부는 전쟁으로 파괴된 시설을 복구하려 매달 한 번씩 10번에 걸쳐 애국복권을 판매했다. 복권의 대중화에 크게 기여한 주택복권은 1969년 모습을 드러냈다. 로또 열풍에 밀려 2006년 4월 발행을 그만둘 때까지 37년간 서민들의 사랑을 받았다. 추첨 행사가 TV로 방영되면서 "준비하시고 쏘세요"라는 말도 덩달아 인기를 누렸다.

전문가들은 불황일수록 복권 판매가 늘어난다고 한다. 그렇지 않은 때도 있었지만 그동안 복권시장의 추이를 보면 딱히 틀린 말도 아니다. 기획재정부 복권위원회가 집계해 보니 유난히 경제가 어려웠다던 지난해 로또 판매량은 35억5000여 게임으로 2002년 첫 발행 이후 최대를 기록했다. 판매액도 3조5500여억 원으로 2003년에 이어 두 번째로 많았다.

'대박의 꿈'이 되는 대상은 복권뿐만 아니다. 카지노인 강원랜드의 지난해 3분기까지의 누적 매출(4381억 원)과 당기순이익(1243억 원)은 2015년보다 각각 6%, 4.5% 늘었다. 500원짜리 등을 넣은 뒤 값비싼 인형을 뽑는 게임도 호황이다. 2015년 21곳이었던 전국의 인형뽑기 영업장은 지난해 11월을 기준으로 500여 곳으로 급증했다.

사람들이 복권 등을 통해 '인생 역전'을 노리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뿌리를 뽑아야 할 사행성 행위라는 비판에도 판매대로 향하는 손길을 거두기란 쉽지 않다. "능력 없으면 너희 부모를 원망해"라는 식으로 가진 자가 못 가진 사람을 조롱하는 대한민국에서는 더욱 그렇다. 불쌍한 '흙수저'가 기댈 마지막 언덕이라고 스스로 위안할 수밖에.

염창현 논설위원 haorem@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