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중구의회가 '생활임금조례'를 통과시키면서 부산에서도 생활임금시대가 열렸다. 생활임금은 근로자가 최소한의 문화생활을 즐길 수 있는 수준의 임금이다. 최저임금이 최저생계비를 기준으로 한다면 생활임금은 물가 등을 감안해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자는 취지다. 생활임금은 통상 최저임금의 1.2~1.35배 수준이다. 그런데 그 대상이 중구 소속 출자·출연기관 및 중구와 공공계약을 체결한 하도급 소속 근로자로 제한된다. 부산시와 중구를 뺀 15개 구·군에 더해 민간 부문으로 확산 여부가 주목되는 이유다.

당장 생활임금조례가 시행됨에 따라 중구는 혜택을 받는 비정규직 200여 명을 위해 연간 1억4300만 원의 인건비를 추가 부담한다. 시급 6740원을 기준으로 월 135만2230원인 올해 최저임금을 생활임금으로 전환하면 월 162만2676∼182만5510원이 된다. 지자체로 보면 월 27만~47만 원의 추가 부담이지만 근로자 입장에선 그만큼 임금 상승효과가 있다. 지자체가 예산난을 이유로 생활임금 도입을 주저할 것이 아니라 임금 양극화 해소에 앞장서는 자세가 필요한 것이다.

현재 광역자치단체 6곳과 기초자치단체 82곳이 생활임금을 도입했다. 2015년 서울형 생활임금제를 도입한 서울시는 '생활임금'을 서울에 사는 3인 가구 기준 근로자에게 주 40시간 노동으로 실제 생활에 필요한 최소한의 주거비, 교육비, 교통비 등을 지불할 수 있는 수준의 임금으로 정의했다. 올해 생활임금은 시급 8197원, 월 171만3173원이다. 생활임금 적용 대상은 서울시 투자·출연기관과 자회사 소속 근로자, 뉴딜 일자리 참여자로 확대했다.

생활임금 발상지는 미국이다. 1994년 볼티모어 시가 처음 생활임금제도를 실시했다. 우리나라에서는 부천시가 2013년 최초로 생활임금조례를 제정했으며, 같은 해 서울 성북구와 노원구가 처음 도입했다. 이처럼 우리나라 생활임금제도는 공공부문이 주도하고 있다. 그만큼 부산시와 각 지자체가 나서야 할 이유가 명백하다. 이와 함께 민간 부문의 협조가 관건이다. 최저임금의 대안으로 공공과 민간 부문이 함께 생활임금 도입을 추진할 때 빠듯한 살림에 허덕이는 저소득층 가계가 숨통을 틀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