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진행된 부산국제영화제(BIFF)에 대한 압박이 청와대에서 비롯됐다는 사실이 서서히 드러나고 있다. 박근혜 정부의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의혹을 수사 중인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BIFF 예산 삭감을 청와대가 지시한 정황을 확보했다고 한다. 영화진흥위원회는 2015년 BIFF 예산을 전년도 14억6000만 원에서 8억 원으로 대폭 줄여 큰 논란을 빚은 바 있다. 나머지 5개 영화제 지원이 늘어난 반면 BIFF만 대폭 삭감됐는데 그 배경에 청와대가 있었다는 것이다.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과 조동원 전 새누리당 홍보기획본부장의 문자 메시지에서도 BIFF와 이용관 집행위원장을 좌파라고 몰아세운 사실이 드러났다. 결국 2014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세월호 참사를 다룬 다큐멘터리 '다이빙벨'을 상영한 데 대한 정치 보복이라는 항간의 지적이 사실로 드러난 셈이다. 정부의 세월호 참사 대응을 비판한 '다이빙벨'을 상영했다 하여 좌파 영화제로 간주해 예산을 칼질하고 집행위원장 사퇴를 종용한 것은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세상에 무슨 군사정권도 아니고 문화단체에 좌파 딱지를 붙여 깔아뭉개기를 했으니 기가 막힌다. 당시 정부의 예산 삭감은 정해진 코스를 밟아 외압 논란이 거셌다. 우선 영화제 전에 '다이빙벨'에 대한 상영 취소 압박을 넣었다. 그런데도 영화가 상영되자 감사원 감사를 거쳐 결국 예산이 싹둑 잘렸다. 그것도 감사원 특별감찰본부에다 부산시까지 2중 감사에 나선 결과였다.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09년 감사원 감사에 이어 3억 원의 예산을 깎은 것과 닮은꼴이다.

특검은 문화예술계의 블랙리스트에 대해 끝까지 추적해 그 뿌리를 캐내야 한다. 대한민국 헌법은 제22조에 엄연히 학문과 예술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다. 한데 청와대는 물론 문화부, 국정원까지 블랙리스트 작성에 연루됐다면 예사 문제가 아니다. 특히 부산국제영화제에 대한 부당한 외압과 조직적인 탄압은 국격을 훼손하고 나라 망신을 자초한 행위다. 예산 지원을 빌미로 권력기관들이 나서 예술의 자유를 훼손했다면 법이 허용하는 한도 내에서 엄정하게 징치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