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일본 총영사관 앞에 세워진 위안부 소녀상을 두고 윤병세 외교부 장관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입장을 내놨다. 그것도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해결하려면 일본 정부가 진심 어린 사죄와 법적 배상에 나서야 한다'며 한일 위안부 합의 자체를 반대하는 국민 정서를 감안하면 윤 장관의 발언을 납득하기 어렵다. "장소 문제에 지혜를 모을 필요가 있다"는 언급은 사실상 소녀상 이전을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기 때문이다.

윤 장관 발언은 대한민국 국민의 자존심과 국익이라는 차원에서 본말이 전도된 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그는 '외교공관의 보호와 관련한 국제 예양 및 관행'을 들어 "국제사회에서는 외교공관이나 영사공관 앞에 어떤 시설물이나 조형물을 설치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게 일반적 입장"이라고 밝혔다. 이에 덧붙여 '국제사회에 납득될 방법, 오해를 사지 않는 방향'을 제시함으로써 과연 대한민국 외교 수장의 입에서 나올 소리인지 의구심이 들게 했다.

특히 윤 장관이 일본 측의 이전 또는 철거 주장에 화답하듯이 '노력'이라는 단어를 처음 쓴 사실이 주목된다. 일본은 지난해 12월 30일 부산 소녀상이 설치된 이후 아베 총리 등이 강경 대응으로 일관하며 한국을 압박했다. 때맞춰 일본이 일시 귀국시켰던 나가미네 야스마사 주한 일본대사를 조만간 한국으로 복귀시키려 한다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영사공관의 안녕과 품위를 국민의 자존심보다 더 중시하는 저자세 외교 아니냐는 볼멘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일본은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를 근거로 소녀상 문제에 공세적 입장이다. 이를 두고 차기 대선 주자들은 무효화, 재협상, 재검토 등을 주장하고 있다. 그 합의를 주도했던 윤 장관은 '위안부 합의금 10억 엔은 박근혜 정권의 최대 과오'라는 지적에 "외교적 성과이지 참사가 아니다"며 항변했다. 윤 장관은 이번 일을 위안부 합의에 대한 국민 거부감을 확인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일본의 진정한 사죄와 배상이 국익과 자존심을 지키는 첫걸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