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걀은 단세포다. 세상에서 가장 큰 세포가 달걀 같은 알이라는 이야기다. 달걀은 껍데기 11%, 흰자위 58%, 노른자위 31%로 구성된다. 특히 달걀 껍데기에는 7000개에 달하는 작은 숨구멍이 있는데, 이를 통해 산소와 이산화탄소가 오간다.

달걀은 철분과 칼슘, 비타민A·B가 풍부한 영양식이니 서민 밥상의 단골 메뉴다. 우리나라에선 1인당 한 해에 230여 개의 달걀을 소비하며 세계적으로 매년 1조2000억 개가 식탁에 오른다.

병아리는 21일 만에 부화한다. 연약한 병아리가 어떻게 알을 깨고 나올까. 병아리 부리 끝 노란 원뿔 모양의 딱딱한 돌기인 '난치'가 한몫을 한다.

이를 두고 '줄탁동시(啐啄同時)'라는 말이 생겼다. 병아리가 알에서 나오기 위해서는 새끼와 어미 닭이 안팎에서 서로 쪼아야 한다는 뜻이다. 병아리가 안에서 쪼는 것이 '줄'이고, 어미 닭이 밖에서 쪼아 깨뜨리는 것이 '탁'이다. 가장 이상적인 사제지간을 비유한다. 선종의 유명한 화두이기도 하다. 부화하려는 병아리는 깨달음을 추구하는 수행자, 어미 닭은 깨우치는 방법을 일러주는 스승인 셈이다. 헤세가 '데미안'에서 '병아리는 알을 깨고 나온다'고 한 말의 의미도 이와 다르지 않다.

조류인플루엔자(AI) 여파로 달걀값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급기야 달걀을 수입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인천공항을 통해 미국에서 들여올 미국산 달걀 샘플이 공개됐다. 모두 흰 달걀이다. 우리나라 달걀의 99%가 노란색이니 생소하다. 달걀 색깔은 닭의 깃털 색에 따라 결정된다. 깃털 색을 결정하는 색소가 달걀 색깔도 결정한다. 그러니 레그혼 같은 흰 닭은 흰 달걀을, 로드아일랜드나 뉴햄프셔 같은 갈색 계통 닭은 노란 달걀을 낳는다.

우리나라에서도 1980년대까지만 해도 흰 달걀이 대세였으나 1990년대 이후 노란 달걀로 세대교체가 이뤄졌다. 로드아일랜드와 뉴햄프셔의 교배종이 사육의 대세가 됐기 때문이다. 달걀만을 생산하는 레그혼과는 달리 달걀과 고기를 모두 얻을 수 있다는 이유가 큰 몫을 차지한단다.

달걀 대란을 수습하는 데 1년 이상이 걸릴 것이란 전망이다. 그동안 국내에서 유통된 달걀은 전국에 있는 닭 6500만 마리가 생산했다. 살처분된 산란계가 30%에 육박하고, 번식용 닭인 산란종계 절반 가까이가 땅속에 묻힌 탓이다. 닭의 해, 정유년에 겪는 '계란'(鷄亂)의 실상이다.

정상도 논설위원 jsdo@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