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의 임기를 마치고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어제 마침내 입국했다. 오랜 기간 세계의 대통령으로서 국가의 명예를 높인 그이지만 대선 출마와 관련해 평가가 완전히 엇갈리는 것은 대단히 안타까운 일이다. 귀국 회견에서 '국민 대통합, 한 몸 불사르겠다' 등의 언급으로 대선 출마를 시사하긴 했지만 자신의 입으로 대선 출마를 밝힌 적은 없다. 그렇긴 하되 이미 대선 출마가 기정사실이 된 바에야 대통령 후보로서의 자격을 검증하는 건 자연스러운 귀결이다.

반 전 총장이 대선 후보로 인정받으려면 몇 가지 투명성과 자질에 대한 혹독한 검증이 필요하다. 우선은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으로부터 23만 달러를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 사실 규명이 있어야 한다. 이해할 수 없다는 식으로 넘어갈 게 아니라 검찰 수사를 통해 무죄가 입증돼야 국민이 납득할 수 있다.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과 관련한 의혹도 낱낱이 밝혀져야 할 부분이다. 재직 때 행한 위안부 합의 찬성, 한국과 국민 비하 발언 등에 대해서도 세세한 검증이 필히 뒤따라야 한다.

대선 후보로서의 자격에 대한 시비도 그가 넘어야 할 산이다. 사무총장 지명 약정서에는 퇴임 직후 정부 직위 취임 제한 규정이 있어 출마할 경우 유엔 총회 결의안 위반이 된다. 이 결의안은 그동안 그 누구도 어긴 적이 없다. 쿠르트 발트하임은 6년간 오스트리아 대통령을 역임했지만 퇴임 5년 뒤 대선에 출마했다. 하비에르 데 케야르 역시 페루 대선에 출마해 낙선한 뒤 총리를 지냈지만 퇴임 4년 뒤 출마했다. 그런 상황에서 유엔이 입장 표명할 것이란 게 말이 될까 싶다.

대선 투표일 기준 5년 이상 국내 거주자로 규정돼 있는 헌법과 공직선거법에 대한 규명도 있어야 한다. 공무상 파견 근무일 경우 예외가 될 수는 있으나 유엔 사무총장을 그렇게 보기는 힘들다. 유엔 사무총장으로서의 역할과 성과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는 또 다른 자격 논란이 일 조짐이 있다. 그의 퇴임과 관련해 외신들의 평가를 종합하면 최악의 사무총장, 투명인간, 기회주의자, 어디에도 없는 사람 등 부정적인 평가 일색이다. 정치를 이야기하기 전에 해명부터 해야 할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