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분야에서 일가를 이룬 유명인들의 공통점이 독서광이라는 사실을 확인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마이크로소프트를 창업한 빌 게이츠도 책벌레다. 어린 시절 마을 공립도서관이 자신을 있게 했고, 하버드대 졸업장보다 독서 습관이 더 중요함을 기회 있을 때마다 강조했다. 영화감독 조지 루카스는 샌프란시스코 저택에 2층 규모의 사설 도서관을 두고 있다. '스타워즈'  '인디아나 존스' 같은 창의적 시리즈물의 영감이 여기서 나왔다.

'지식은 다른 사람에게 빌릴 수 있지만 철학은 남에게 빌릴 수 없다'. 역사 속 위인과 정치 지도자들이 책을 가까이 한 이유일 것이다. 나폴레옹은 전쟁터마다 많게는 1000여 권의 책을 싣고 다니며 말 등에서까지 독서를 했다 한다. 마오쩌둥도 책을 끼고 살았는데 제왕의 통치술, 권력투쟁 책 내용을 정치에 교묘하게 활용하곤 했다.

우리나라 역대 대통령들의 독서 스타일은 어땠을까. 나름의 소신과 원칙은 책과 무관하지 않을 터. 리더십 전문가 최진 씨의 저서 '대통령의 독서법'에서 일말을 엿볼 수 있다. 통독파의 공격적 독서(전두환), 묵독파의 심리 독서(노태우), 발췌식 알맹이 독서(김영삼), 파고드는 관찰 독서(김대중), 다독파의 비판 독서(노무현), 속독파의 실용 독서(이명박)라는 성격 규정이 자못 흥미롭다.

그러고 보니 박근혜 대통령과 관련한 책 얘기는 거의 듣지 못했는데 청와대가 이례적으로 공개했다. 직무정지 근황을 설명하면서 클라우스 슈밥의 '제4차 산업혁명'이라는 책을 읽고 있다고 밝혀 이런저런 말이 나온다. 따분하고 어려운 책을 왜 이런 심각한 상황에서? 박 대통령은 창조경제가 4차 혁명과 여러모로 비슷하다고 해 왔다. 결국 자신의 브랜드인 창조경제나 문화융성이 최순실과 관련 없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었던 모양이다. 국정 운영의 끈을 놓지 않고 있음을 보인 거라면 좀 낯간지럽다. 책도 책이지만 헌재가 보완을 요구한 '세월호 7시간'부터 충실히 채워 넣는 게 순서지 싶다.

변영상 수석논설위원 bys@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