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색 화투는 정부시책에 의하야 말소폐지하고 그 대체로 미장특허 제323호 새 화투'. 1956년 10월 29일 자 한 중앙일간지에 나온 새 화투 광고 제목이다. 광고 문구는 이어진다. '새 화투는~우리 민족의 양속(良俗)과 미풍전설 등을 상징한 것이며~전국 화투제조업자 제위는 본 취지를 적극 찬동하시어 이미 당국에서 제조 금지된 왜색 화풍지 사용을 금지하시고 그 대체품으로 결정된 상기(上記)화면지로 제조하시기 바랍니다'.

광고에는 설 한식 단오 칠석 추석 동지 등 주요 명절을 월별로 나눠 적합한 꽃과 동물 등 그림을 그려넣은 12가지 패가 예시돼 있다. 1950년대 들어 왜색풍이 짙은 화투를 현지화해야 한다는 정부 방침에 발맞춘 광고인 셈이다. 하지만 이런 노력에도 이 화투는 대중화하지 못했고 왜색풍의 화투는 여전히 우리 안방의 주요 놀이감으로 인기를 이어가고 있다.

화투(花鬪)는 말 그대로 꽃들의 전쟁이다. 하나후다(꽃패·花札)란 일본어에서 보듯 조선 후기 일본에서 넘어온 것은 잘 알려진 사실. 일 년 열두 달을 상징하는 꽃이야 그렇다 쳐도 일본 풍속이 반영된 데다 우키요에 화풍이라는 일본 특유의 19세기 화풍이 많이 담겨 있다. 현대에 들어 정작 원조인 일본에서는 화투가 거의 사라졌지만 우리나라에서 날로 진화했으니 아이러니이기도 하다.

화투의 인기에도 불구하고 왜색풍 논란은 1950년대 이후 지금까지 변함이 없다. 그렇다고 개선 움직임이 없었던 건 아니다. 2006년 우리 문화의 아름다움과 세시풍속을 월별로 표현한 이른바 '한투'라는 한국형 화투가 개발됐지만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이 밖에 '소담 화투'나 '독도 화투' 등 여러 버전이 나왔지만 역시 같은 운명. 최근엔 영화 '타짜'가 촬영된 전북 군산에서 관광객을 위한 '군산 화투'를 개발했다고도 한다.

이번엔 부산판 화투가 개발됐다는 소식이다. 해운대구가 관광기념품 홍보관에서 판매할 올해 첫 상품인 '해운대 화투'다. 왜색을 빼고 부산 유명 관광지와 갈매기, 돼지국밥, 어묵, 롯데 자이언츠 출신 고 최동원 선수 등 지역의 상징과 명소를 담았다. 해운대를 찾는 서양 관광객이 화투 그림에 관심을 보이는 데 착안했다고 한다. 지금의 화투는 일본 쓰시마 상인들에 의해 부산 지방에 처음 전해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유달리 놀이를 좋아하는 부산 사람들이니 '해운대 화투'를 또다시 전국구로 만들지 말란 법이 없다.

장재건 논설위원 jjk@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