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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현 칼럼] 닭의 해를 맞으며, 머리를 조아리며

사람이건 닭이건 원가타령보다 노동의 대가를 잘 치러야 한다

가둬놓고 살만 찌라니, 알만 까라니 뒷감당 못할 일이 생긴다

  • 국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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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입력 : 2017-01-05 19:33:33
  •  |  본지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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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 한가운데에서 눈을 떴으니 닭 울음소리를 들을 수는 없었다. 그래도 닭의 해 정유년은 밝았고, 이 땅 곳곳에서 기운찬 새벽의 소리가 힘찬 날갯짓에 실려 널리 퍼졌을 것이 분명하다.
   
'치킨이나 한 마리 시켜서…'는 누구나 쉽게 입에 올리는 말이니 참으로 만만한 존재다. 피자 한 판 가격이면 두 마리가 거뜬하고, 햄버거 한 세트값으로 살 수 있기도 하다. 닭에 대한 귀한 이름인 삼계탕도 인삼에 갖은 한약재, 심지어는 전복이나 낙지까지 더해도 손바닥 크기의 스테이크(수입이기 십상인) 1인분값에 못 미치기 일쑤다. 그렇지만 누구도 싸구려로 여기지 않고 훌륭한 보양식으로 반기니 서민, 부자 구분 없이 모두에게 이로운 존재이다.

그런데 고마운 그들 종족에게 우리는 너무도 가혹했다. 비좁은 정도가 아니라 날개 한 번 제대로 펼 수 없는 감옥 같은 철장 속에 몇 마리씩 구겨 넣고, 오직 한 가지 먹이만 공급하며 커다란 은혜인 양 생색냈다. 그럼에도 그들 무리는 때만 되면 알을 낳아 한 번 품어보지도 못하고 강제로 헌납했다. 어떤 무리는 제대로 자라보지도 못한 채 '영계' 계급장을 달고 명(命)을 중단당했다. 그리고 마침내, 오호통재라! 물경 3000만 마리가 '살(殺) 처분'이라는 이름으로 생매장당했다. 그러고도 산란 닭 부족으로 달걀 부족 현상이 6개월은 갈 것이라는 걱정을 제일로 내세우니, 정유년 아침을 맞기에 참으로 염치없는 지경이라 머리를 조아려 명복을 빈다.

오버라는 눈총이 있을 것이다. 맞다, 오버다. 무엇보다 그대로 두면 더 많은 그들 종족에게 전염되어 아예 멸종될지도 모르는 노릇이었으니 말이다. 수천 년 문명의 역사로 모든 생명체 중에서 가장 우수하다는 종(種)이 된 인간의 현명한 판단인데 감히 '닭대가리'의 우매함으로 어찌 이의를 제기할 수 있으랴. 하지만 그들 무리의 구시렁거림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다.

'무슨 터무니없는 소리! 인간세계나 조류세계나 악성 병균이 발생하고 번지기는 마찬가지. 또한 병이 생긴다고 모두 죽어 멸종되기보다는 견디고 대응하는 과정에서 면역기능까지 생기며 종을 유지하는 경우가 더 많은 법이거늘. 더군다나 우리의 면역기능이 부실해진 것은 너희 인간들이 그따위 환경을 조성한 때문이며, 확산속도가 너희 말로 LTE급이 된 것도 제각기 흩어져 가문의 보존이나마 꾀해보지 못하게 철옹성으로 가두어둔 탓이 아니더냐. 그래도 우리는 화탕지옥 같은 고통일지라도 한번 견디며 싸워볼 굳은 의지가 있었건만, 너희가 지레 겁먹어 그 흔한 여론조사 한 번 없이 생목숨을 우악스럽게 묻어버리다니! 그건 너희가 우리 자식인 알과 우리의 살과 뼈, 똥집에 발까지 침 질질 흘리며 욱여넣던 탐식에 대한 참담한 배신이 아니더냐! 너희끼리의 배신에는 그토록 레이저를 쏘고 악담하면서 어찌 우리에게는 그처럼 태연히 아우슈비츠의 만행을 저지른 것인지, 염치도 모르고 부끄럽지도 않으냐!'

허, 그놈의 닭대가리들, 주제도 모르고 참…. 그런데 뭔가 좀 켕기는 이 기분은 뭐지, 쩝.

염치도 없고 상식도 없는 해괴한 일은 닭들에게만 일어난 것이 아니다. 그래서 기어이 촛불과 함성이 세상을 들썩였지만 과연 이제는 제대로 될지 여전히 의문이다.

문제의 달걀 부족사태를 수입으로라도 대응해보려 하지만 그도 쉽지 않은 모양이다. 항공운송료 따위에 앞서 달걀값 자체가 우리보다 비싸기 때문이다. 공급이 원활해져도 소비자 입장에서는 가격 때문에 적응이 쉽지 않을 것이니 결국 그만큼 날로 먹어왔다는 이야기다. 만만한 달걀이라고 천 원짜리 몇 장만 생각한 원초적 오해를 이번 기회에 바로잡아야 한다. 아무리 힘 약해도 엄연히 같은 생명체 아닌가. 당연히 최소한의 공간과 청결한 환경, 먹이 습성과 생존 룰 따위를 어지간히는 배려해줘야 했다. 그랬으면 우리가 극성으로 환영하는 철새무리의 미필적 범죄에도 방어면역을 길러 떼죽음은 피할 수 있었을 것이다.
사람의 땀과 노력도 달걀값쯤으로 생각하면 부리는 자의 주머니는 두둑해진다. 일하는 현장의 환경에 무심하면 높은 이의 공간은 넓고 화려해진다. 상식과 시스템을 무너트려 훔치고 독식하면 나이를 먹어도 팽팽하고, 손가락질이나 눈총 따위는 눈에 들어오지 않아 무슨 짓이든 할 수 있게 뻔뻔해진다. 하지만 그게 바로 나잇값 못하는 주접이며 필경에는 매장당하게 될 것임을 왜 모르는지.

모두 아는 이야기이지만 머리의 벼슬은 관(冠)이니 문(文)이요, 날카로운 발톱은 무(武), 적을 보면 싸우니 용(勇), 먹이를 보면 서로 부르니 인(仁), 때를 맞춰 어김없이 우니 신(信)이라 하여 닭은 오덕(五德)을 품었다고 했다. 문과 무는 형상이요, 용과 신은 본능이라 해도 인은 백수의 제왕도 따라오지 못하고 영민한 인간마저 고개 숙이게 하는 성(聖)스러움 아닌가.

먹이만 앞에 놓이면 게걸스러운 데다 남의 입에 들어간 것까지 꺼내 먹으려 드는 탐욕에, 천년만년 살 것같이 산더미처럼 재놓겠다는 터무니없는 환장에서 이제 깨어나야 한다. 제값 내고 먹는 것이 시작이고 좀 덜 먹기도 해야 한다. 원가 타령보다 노동의 값어치를 제대로 치르면 그들도 제값 내는 것에 불만을 품지 않거나 못할 것이다. 땀 흘리는 공간에는 먼지 없는 공기, 땀 식혀줄 바람, 잠시 쉴 벤치, 정갈하고 다양한 먹거리가 기본이다. 가둬놓고 살만 찌우라니, 주는 대로 먹고 알만 까라니 뒷감당 못 할 일이 터지는 거다.

   
촛불과 함성 뒤에 닭의 해가 예정되어 있는 것은 참으로 감사할 축복이다. 지금은 닭대가리만도 못한 주제이니 문·무·용은 과분하다. 일단 미뤄두고 인과 신부터 배우고 되찾아야 할 일이다. 닭은 어둠을 몰아내고 새벽을 불러오니 밝음이 예정되어 있기도 하다. 오직 우리 할 나름이니 기회를 놓치지 말지어다. 그런데 달걀로 통일해 쓰고 나니 계란에 눈치 보인다. 하여간 만물의 영장이라며 닭의 알, 그 이름 하나 제대로 정리하지 못하니 에구….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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