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일란 쿠르디. 2015년 9월 전 세계를 울렸던 당시 세 살배기 시리아의 꼬마다. 내전 중인 시리아의 북부 코바니 출신 쿠르디는 이슬람국가(IS)의 위협을 피해 가족과 함께 고향을 떠났다. 이후 터키에서 소형보트를 타고 그리스로 향하다 배가 뒤집히며 익사했다. 터키 해변에 웅크린 채 숨져 있는 아일란의 사진이 보도되면서 시리아 난민에 대한 관심을 환기시켰지만 여지껏 상황은 별반 달라지지 않았다.

쿠르디라는 이름에서 보듯 이 꼬마는 쿠르드계 시리아인이다. 3000만~3800만 명으로 추산되는 쿠르드족은 세계 최대의 소수민족으로 꼽힌다. 하지만 1차 세계대전 이후 주권국가를 꾸리지 못한 채 시리아 터키 이라크 이란 등지에 흩어져 수난을 겪어왔다. 온갖 정파와 종파가 난마처럼 얽혀 벌써 6년째를 맞는 시리아 내전에서도 쿠르드족은 낀 신세다. 바샤르 알 아사드 정권과 반군 사이에서 어느 쪽의 보호도 받지 못한다. 쿠르디의 죽음은 이런 '지구의 미아' 쿠르드족의 비극을 상징한다.

'제2의 쿠르디'가 세계를 또 한 번 충격에 빠트렸다. 이번엔 생후 16개월된 모함메드 소하옛이라는 미얀마 로힝야족 꼬마다. 소하옛은 지난해 12월 4일 미얀마 군의 총격을 피해 엄마와 함께 방글라데시로 향하는 국경지대 강을 건너다 보트가 침몰하면서 숨졌다. 아이의 아버지가 최근 언론에 공개한 시신 사진은 쿠르디와 빼닮았다. 강가 진흙탕에 두 다리를 웅크린 채 엎드린 모습이다.

로힝야족은 세계에서 가장 박해받는 미얀마의 소수민족으로 알려져 있다. 로힝야족은 스스로를 7세기 라카안 주에 정착, 대를 이어 온 아랍 무슬림 상인의 후예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미얀마 정부는 그들을 방글라데시에서 온 불법 이주자라며 국민으로 인정하지 않는다. 불교국가인 미얀마에서 로힝야족이 이슬람을 믿는 것도 박해 이유 중 하나다. 로힝야족이 박해를 피해 이슬람국인 말레이시아 등으로 탈출을 하면서 수많은 보트피플이 양산됐다.

미얀마의 로힝야족 박해를 두고 종교에 바탕을 둔 인종 청소라는 비난이 적지 않다. 세계에서 보기 드문 불교 국가의 무슬림 탄압인 셈이다. 이 때문인지 벌써부터 극단주의 수니파 무장단체인 IS가 로힝야족을 위해 미얀마를 테러의 표적으로 삼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정작 쿠르드족 쿠르디 등을 죽음으로 내몬 IS가 또 다른 인종 청소를 보복하겠다니 아이러니다. 이러니 '제3, 4의 쿠르디'가 언제 또 생겨날지 모를 일이다.

장재건 논설위원 jjk@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