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가 되면 비록 나중에 작심삼일이 될지언정 이때만큼은 지구가 멸망하더라도 지킬 것 같은 많은 결심을 하게 된다. 그렇지만 새해에 결심한 것들이 제대로 지켜지는 경우가 드물기에 작심삼일이 되지 않으려면 삼일에 한 번씩 결심하면 된다는 우스갯소리도 한다.
또다시 새해다. 새해에 무엇을 할 것인가. 세계는 지금 엄청난 변화를 겪고 있다. 미국은 새로운 대통령이 선출돼 전 세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고 유럽은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에 따른 유로존의 변화와 이에 더하여 시리아 난민 문제 등 각 나라 내부에서도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아시아에서도 중국의 엄청난 경제적 사회적 변화와 이에 긴장하는 일본, 상시적인 북한의 도발문제 등 우리 주변을 둘러싼 환경의 변화가 그 속도나 정도에 있어서 제대로 정신을 차리고 대응하기 어려울 정도로 급변하고 있다.
진화론을 쓴 다윈이 '살아남는 것은 가장 강한 종이나 가장 똑똑한 종이 아니라 변화에 가장 잘 적응하는 종'이라고 했다. 우리도 살아남기 위하여 빠르게 변하고 있는 주변 정세에 발맞춘 대응이 절실하다. 내가 몸담은 법조계도 예외는 아니어서 이제껏 경험하지 못한 많은 변화를 겪고 있고 앞으로의 변화도 예측하기 힘들다.
사법시험에 계속 떨어지는데도 시험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사람들을 일컬어 고시낭인이라고 한다. 로스쿨 제도에서는 변호사의 숫자가 많아지면서 새로 시험에 합격한 사람들이 로펌에 취업하지 못하고 어쩔 수 없이 개업하는 변호사들도 생겨나는데 이들을 일러 '강제개업'이라는 말도 등장하였다.
이러한 상황에서 새해를 맞이하여 부산 법조계가 시대에 걸맞게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할 것은 무엇일까. 물론 위에서 든 법조계 전반의 닥친 문제들에 대한 해답도 찾아야겠지만 부산의 발전 및 우리의 국익을 생각한다면 나는 그중의 하나가 해사법원의 부산설치라고 생각한다.
대한민국은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해양산업이 경제의 한 축을 맡고 있다. 우리 경제는 그동안 질적 양적으로 눈부신 성장을 거듭했으나 선진국을 쫓아가기에는 버겁고, 후진국들은 격차를 좁혀 오는 등 유례없는 위기를 맞고 있다. 이에 해양강국으로서의 위상을 세우고 세계 속의 부산을 알리며 국가의 신뢰도를 높이기 위한 것 중의 하나로 해사법원의 설치가 시급하다.
부산은 수출입항이나 세계로 이동하는 물품을 환적하는 항구로서의 기능도 중요하다. 그러나 해양 하드웨어 산업의 구조조정뿐만 아니라 이를 뒷받침하고 나아가서는 오히려 이러한 하드웨어를 제대로 관련 있게 묶어 방향을 설정, 이용하며 이끌어 가는 해양 소프트웨어 관련 산업에 대한 생각의 전환과 강력한 실천도 필요하다.
그 중심에 있는 것이 해사법원의 부산 설치이다. 모든 일이 그렇듯 바다에서 일어나는 사건도 현장과 가장 밀접한 곳에서 처리되어야 한다. 당장은 법조인들의 수가 많은 서울이 나을지 몰라도 장기적으로는 바로 그 현장인 부산만큼은 적당하지 않다. 필자가 생각하는 해사법원은 분쟁 해결을 목적으로 하는 이론가 법률가 중심의 법원이지만 국내 해사 분쟁만을 염두에 둔 것은 아니다. 현장 근처에 설치되어 여러 분야별로 흩어져 있는 산업계, 지자체, 학계, 법조계, 해사관련 기관들이 총 망라되어 서로 유기적인 연관성을 가지는 해양 소프트웨어 산업의 일환으로 설치되는 것이다.
해사법원의 신뢰는 부산의 신뢰, 나아가 대한민국이 공정한 국가라는 신뢰로 자리매김 되어 국가의 위상을 높이는 데도 도움이 된다. 부수적으로 현재의 분쟁해결은 외국 중재제도나 재판에 의존하면서 그 비용만으로도 3000억 원이 해외로 유출되는데 이를 국내에 머물게 하기 위하여도 필요하다. 부산이 아니면 이러한 역할을 하기에 알맞은 도시가 또 어디에 있을까.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에서도 부산이 갖는 조건을 갖춘 도시를 찾아보기는 힘들다. 서울이 떠맡고 있는 기능들을 지방의 균형적인 발전을 위하여 인위적으로 분산시키기도 하는데 하물며 해사법원을 설치하기에 가장 이상적인 조건을 가지고 있는 부산이 이 일을 담당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것이 아닌가.
부산지방변호사회에서도 이러한 일에 관심을 가지고 지역 여론을 경청한 결과 부산지역의 공감과 열망을 직접 확인할 수 있었다. 미래세대에 해양산업의 중심으로서의 부산을 물려주자. 이 얼마나 가슴 벅차고 멋진 일인가. 해사법원이 그 한 축을 담당할 것이다.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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