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세기까지 인류 문명의 동력은 농경이었다. 제레드 다이아몬드의 역저 '총균쇠'의 요지는 농경에 적합한 온대지역에서 경작과 가축 사육이 발전하여 이 과정에서 생겨난 질병과 무기로 타 지역을 정복하고 농경문명을 전파하였다고 한다. 동양이나 서양이나 토지와 농경에 기반한 봉건제도 하에서는 토지와 노동력이 부의 원천이었다. 인류는 고된 육체노동에서 해방되기 위해 노예 노동, 소나 말, 돛과 물레방아를 활용해왔다.
그러나 인류의 염원을 이루어 준 것은 뜻밖에 매일 취사와 난방에 이용하던 불이었다. 영국의 제임스 와트는 열에 의한 증기압력을 회전운동으로 전환시켜 동력을 만드는 증기기관을 발명하였다. 증기기관은 방적공장의 기계화, 동력화에 이용되어 대량생산을 이루고 이로 인해 산업혁명이 일어났다.
증기기차 증기선도 등장하여 사람, 상품, 원료를 장거리로 신속하게 날라 산업혁명을 촉진하였다. 토지에 매여 살던 사람들이 도시 공장으로 몰려왔다. 동력화, 기계화로 대량생산이 가능해지면서 세부 공정에는 사람의 노동력이 더욱 많이 필요하게 된 것이다. 영주와 농노의 지배구조가 해체되어 사람들이 자유를 누리는가 싶었지만 곧 자본가, 공장주와 노동자라는 새로운 형태의 지배구조로 바뀐 것이다. 봉건제도가 무너지고 자본주의로 이행되었지만 자본가와 노동자 간의 갈등과 사회적 모순이 누적되면서 사회주의, 공산주의 이념이 생겨났다. 결국 대부분의 국가의 사회체제는 이러한 대립, 갈등, 조정의 과정을 거쳐 오늘날의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 체제로 진화해왔다. 기술이 사회를 변혁시켰다.
19세기 영국의 패러데이는 인류에게 또 하나의 신기술, 전기를 선물하였다. 20세기 초 에디슨은 전구를 발명하고 발전기를 개발하여 최초의 발전소를 지어 전력을 공급하기 시작했다. 미국의 포드는 전기모터로 움직이는 컨베이벨트 방식의 자동차 조립라인을 만들어 자동차 가격을 1/3로 낮추어 본격적인 대량생산시대를 열었다. 자동차가 폭발적으로 보급되면서 자동차 생산과 운행을 위한 철강 및 재료, 석유화학, 기계 등의 산업, 교외 주택 건설, 교량 및 도로 건설을 위한 토목 산업 등과 관련 공학기술이 본격적으로 발전하였다. 본격적인 대량생산, 대량소비에 의한 현대 산업사회가 시작된 것이다. 또 하나의 산업혁명이었다.
1940년대 최초의 컴퓨터인 에니악이 개발되었다. 1만8800개의 진공관과 복잡한 연결선으로 만들어져 웬만한 소도시와 비슷하게 많은 전력을 사용하였다. 그러나 용도는 고작 미사일 탄도계산이었다. 이후 IBM 등은 컴퓨터가 과학기술계산용뿐 아니라 회계 급여 등의 업무처리에도 활용하도록 개발하여 본격적인 컴퓨터시대를 열었다. 이후 TV 반도체 퍼스널컴퓨터 이동전화 디지털 기술 인터넷 스마트폰 등이 개발되면서 정보혁명이 일어났다. 컴퓨터는 공장과 사무실에도 응용되어 공장자동화, 사무자동화가 급속히 진행되었다. 정보기술에 의한 또 다른 산업혁명이다.
스마트폰은 이미 여러 개의 고성능 센서를 갖고 24시간 데이터를 생산하고 있다. 스마트폰뿐 아니라 산업공정 및 장비, 제품, 자동차, 사회 인프라, 사무실, 가정, 생활기기, 의료기기 등의 거의 모든 곳에 센서와 무선인터넷을 장착하여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하여 이상을 탐지, 진단하거나 패턴을 분류하고 최적의 선택이나 결정을 하는 데 이용하는 사물인터넷이 확산되고 있다. 동시에 이러한 탐지, 진단, 분류, 선택, 최적화 등을 자동으로 학습하여 사람의 판단과 의사결정을 대체하는 기계학습과 인공지능 기술이 급속히 발전하고 있다.
막대한 데이터와 초고속 계산능력에 기반한 인공지능기술은 수천만 건의 자료를 학습하여 퀴즈쇼에서 사람을 압도하였고, 수백만 건의 의료기록을 자동 학습하여 의료진단 서비스를 시작하였고, 조만간 법률서비스도 시작할 것이라고 한다. 금융컨설턴트를 대체하는 로보어드바이저도 이미 서비스 중이다. 지식 집약적 전문업종도 인공지능에 의해 대체되는 4차 산업혁명이 시작된 것이다. 기술을 이용하여 힘든 육체노동을 피해 보려던 인류는 이제 고도의 정신노동까지도 넘겨주게 되었다. 이제 사람들이 갈 곳은 어디인가? 사회경제체제가 완전히 바뀌는 큰 변혁이 다가오고 있다. 인류가 경험하지 못한 전혀 새로운 세상이 될 것이다.
KAIST 산업 및 시스템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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