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영태 씨. 아직도 최순실을 존경합니까, 좋아합니까. 아니면 미워합니까." 지난해 12월 열린 '최순실 국정농단'과 관련한 국회의 2차 청문회장. 새누리당 이완영 의원의 입에서 느닷없이 터진 이 발언은 한동안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렸다. 그는 또 대기업 총수가 불려 나온 1차 청문회 때는 삼성의 해외 공장을 자신의 지역구 인근(구미)으로 옮겨달라는, 주제와 동떨어진 민원성 발언을 해 주위를 어리둥절하게 만들었다. 이 때문에 이 의원은 '막말의 달인' '청문회 밉상'이라 불리며 조롱의 대상이 됐다.

세상에 가장 무서운 것 가운데 하나가 '세 치 혀'라지만 정치권만큼 이 말이 잘 맞아 떨어지는 곳도 없다. 말 한마디 잘못했다가 망신을 당하는 사례가 잊을 만하면 나타난다. 이래저래 궁지에 몰린 새누리당은 더욱 그렇다. 오죽 했으면 정진석 새누리당 전 원내대표가 의원총회에서 "정치인은 말이 생명이다. 말로 살고 말로 죽는 게 정치인이니 입안에 오물거리는 말의 65%는 하지 말라"고 하소연까지 했겠는가.

말 실수는 대중들의 인기를 먹고사는 연예계서도 남의 일이 아니다. 지난 연말에 시상식 사회를 보던 방송인 이휘재 씨는 공개 연애 중인 한 여자 가수에게 다른 남자와의 관계를 묻는 질문을 했다가 누리꾼들의 거센 질타를 받았다. 급기야 이 씨는 사과문을 발표하고 SNS를 비공개로 바꾸는 등 곤욕을 치렀다.

반면 유재석, 차인표, 한석규 씨 등은 의미 있는 발언을 해 시선을 끌었다. 유 씨는 한 방송사의 시상식에서 "내년에는 대한민국이 그리고 모든 국민이 꽃길을 걷는 그런 한 해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소감을 밝혔다. 또 차 씨는 "어둠은 빛을 이길 수 없고 거짓은 결코 참을 이길 수 없다", 한 씨는 "남과 다르다는 것을 위험하다고 받아들이면 같이 어우러진 좋은 사회나 국가는 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해 큰 박수를 받았다. 팬들은 인터넷상에서 이들을 '소신 발언을 하는 개념 있는 연예인'으로 부르고 있다.

물론 이들의 발언은 여론을 의식한 인기몰이용일 수 있다. 또 일부 극우 보수단체는 '좌편향 연예인'이라고 지적하기도 한다. 하지만 유 씨 등의 말은 아무리 들여다봐도 틀린 게 별로 없다. 정치든, 경제든, 사회든 모든 분야에서 상식이 통하는 사회가 되길 바라는 건 온 국민들의 마음 아니던가. 허튼 소리만 일삼는 다수 저질 정치인의 발언보다 훨씬 참신하게 다가오는 이유다.

염창현 논설위원 haorem@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