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인사를 전하는 엽서나 카드가 연하장이다. 묵은해를 잘 보내고 보람찬 새해를 맞자는 취지다. 15세기 독일에서 아기 그리스도의 그림과 신년을 축하하는 글을 동판으로 인쇄한 카드가 시초란다. 19세기 후반 영국과 미국에서 크리스마스 카드를 주고받을 때 신년 인사를 함께 인쇄한 것이 요즘 연하장의 전신으로 여겨진다.

우리에겐 세함((歲銜)과 문안비(問安婢)가 있었다. 세함은 상급자의 집을 찾아가 새해 인사를 할 때 사용했다. 새해의 첫머리인 세수(歲首)와 명함(名銜)이 합쳐졌다. 문안비는 바깥 출입이 자유롭지 못한 중상류층 부인들의 인사를 대신 전하는 여종이다. 문안비를 맞은 집에선 자기 집 종을 답례로 보냈단다.

이런 전통은 인터넷이나 휴대전화로 세계 어디든 연하장을 보낼 수 있는 시대로 이어졌으니 격세지감이 따로 없다. 거슬러 올라가면 인류사와 함께하는 우편통신의 역사와 만난다. 이미 기원전 2000년께 고대 이집트에서 편지를 전하는 급사의 기록이 나타난다. 기원전 500년대엔 페르시아 다리우스왕이 역마제도를 완성했으니 '앙가리아'다. 근대적 우편의 선구자는 이탈리아의 프란체스코 데 타시스. 1516년 신성로마제국의 황제 막시밀리안 1세로부터 제국 내 우편사업의 독점과 세습 특권을 부여받은 그는 우편을 누구나 이용할 수 있게 한 '근대우편의 아버지'다.

말과 사람에서 기차와 자동차로, 이젠 비행기까지 과학기술의 발달만큼 우편 배달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이제 드론이 그 한 축을 담당하게 됐다. 글로벌 온라인 상거래 기업인 아마존은 지난 14일 드론을 이용한 첫 상업적 배달에 성공했다. 첫 고객은 영국 케임브리지 인근에 사는 주민. 아마존 드론은 팝콘 한 봉지 등 2.17㎏의 배달물을 13분 만에 고객의 집 잔디 마당에 배달했다. 드론이 우편배달 트럭을 대신한 셈이다.

우리나라에선 내년 5월께 전남 고흥과 강원 영월 등 도서·산간 지역 위주로 드론을 활용한 우편배달 서비스가 시범 실시된다. 2018년 새해 연하장을 드론이 배달하는 시대가 열린다. 정부가 발표한 '2017년 경제정책방향'의 주요 내용 가운데 하나다.

드론 연하장도 결국은 사람의 마음을 전한다. 그 내용은 반성과 희망이다. 병신년 붉은 원숭이의 해는 국민 가슴에 '이게 나라냐'는 자탄과 깊은 반성의 계기를 남겼다. 정유년은 붉은 닭의 해. 그 닭이 여명을 상징하는 상서로운 새이길 바란다.

정상도 논설위원 jsdo@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