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세상을 살아가면서 그리 쉽게 접할 수 없는 고사성어 중 하나로 '상선약수(上善若水)'가 있다. '상선약수'는 '노자'의 사상에서 일컫는 말로 '이 세상에서 최상의 선(善)은 바로 물'이라는 뜻이다.

이 사자성어를 처음 대하는 사람들은 쉽게 이해가 되지 않을 수도 있으나, 세상을 살아가면서 물(자연)의 소중함을 깊이 인식하고 매사에 물과 같이 행동하고 살아가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노자는 2500~2600년 전인 중국의 춘추시대 사상가이자 철학자로 잘 알려졌다. 노자는 '도덕경'의 저자이며 '무위자연'을 역설한 도가사상의 창시자로 공자가 그에게서 가르침을 받았다는 기록에 의하면 공자보다 나이가 10~20세 정도 많다고 보는 것이 정설이다.

2500여 년이라는 시공을 뛰어넘은 현대에 이르러 동양은 물론이고 서양에서도 노자의 사상이나 학설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또 노자와 관련된 수많은 서적이 출간되면서 다양한 토론회와 강연이 계속해서 이어지는 등 노자 사상에 대한 관심이 엄청난 기세로 치솟고 있으며, 이 사상들을 현실 생활에 접목하려는 시도도 전개되고 있다.

그럼 지금부터 '상선약수'에 담긴 노자의 사상을 알아보자. 노자는 '무위자연'에서 자연으로 돌아가서 자연과 벗하여 자연처럼 살라고 강조했는데, 그 자연 중의 중요한 부분이자 위 고사성어에서 강조한 물에 관한 이야기를 해 보고자 한다.

첫째, 물은 화합과 관용을 뜻한다. '유수불쟁선(流水不爭先)'-흐르는 물은 앞서려고 다투지 않는다. 즉, 싸우지 말고 다 함께 어우러져 평화롭게 살라는 의미이다. 서로 간의 다툼은 더 큰 갈등을 낳고, 그 갈등은 더 큰 분규를 일으키고 결국에는 결별이나 더 큰 싸움으로 비화되는 것이다.

둘째, 물은 겸손을 뜻한다. 물은 낮은 곳으로 흐른다. 낮은 곳으로, 낮은 곳으로 흐르기 때문에 강이 되고 바다가 되는 것이다. 오만과 방자의 끝은 너무나도 극명하다. 겸손한 자세와 삶은 남에게 호감을 느끼도록 하고 자신을 행복하게 만든다.

셋째, 물이 지니는 배려와 베풂이다. 물이 없는 세상은 단 하루도 살 수 없는 암흑의 세계이다. 우리가 살 수 있도록 마실 물을 주고, 농사를 지을 수 있게 하고, 가축을 기르게 하고, 몸이나 옷 등 모든 것을 깨끗이 씻게 하고, 온갖 먹을거리를 아낌없이 주는 호수와 강과 바다를 생각하면 물이 우리에게 주는 배려와 베풂을 충분히 인식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더구나 풍요로운 산과 들이라 해도 그들이 품거나 품어서 내어주는 물이 없다면 아무도 살 수 없는 메마른 사막과 진배없다고 할 것이다.

넷째, 물이 지닌 무한한 신뢰이다. 도도하게 흐르는 강과 그 크기와 깊이를 알 수 없는 바다는 그 넉넉함과 무한한 포용력으로 인간에게 무한한 신뢰를 주고, 또한 이러한 신뢰를 몸으로 가르치는 위대한 스승이라고 할 수 있다. 필자가 특별히 좋아하는 사자성어인 '해불양수(海不讓水)-바다는 어떠한 물도 내치지 않는다'는 의미는 관용과 포용 그리고 무한한 신뢰를 단적으로 나타내는 말이다.

다섯째, 물은 깨끗함의 표상이다. 물이 없다면 이 세상은 숨이 막히고, 눈을 감아야 하고, 코를 막아야 하는 난장판에 불과할 것이다. 많은 것을 물로써 깨끗이 씻는 그런 의미도 있지만 '법(法)'의 글자 모양을 잘 살펴보면 '물 수'와 '지울(없앨) 거'로 이루어졌다. 우리가 지켜야 하는 법(法)은 나쁜 것이나, 잘못된 모든 것을 물로 깨끗이 씻어내어 이 세상을 맑고, 밝고 바르게 한다는 의미이다.

여섯째, 물은 놀라운 능력을 지니고 있다. 홍수, 산더미 같은 파도, 해일, 쓰나미 등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이 세상을 휩쓸어 버리거나 아예 잠기게 할 수 있는 어마어마한 위력을 가지고 있는 물이다. 그러나 물은 그 어마어마한 힘을 결코 함부로 휘두르지 않는다.

일곱째, 물은 얼 때와 녹을 때 그리고 하늘로 오를 때와 땅으로 내려올 때를 안다. 변화무쌍하면서도 절제와 조화를 알고 있는 것이다. 밥은 안 먹어도 일주일에서 보름 정도는 살 수 있으나, 누구나 물은 단 하루만 못 마셔도 생명을 이어갈 수가 없게 된다.

이토록 소중하고도 필수불가결한 물에 관한 지금까지의 부족한 생각들을 모두 불식해 버리자. 그리고 자연의 한 부분인 물에서 진리를 깨우치고 물과 어우러져 물 흐르듯이 살면서 '상선약수(上善若水)'라는 글의 깊은 의미를 깨우치고 음미해서 자연에 순응하면서 아름답고 행복하게 우리 모두 더불어 이 세상을 살아갈 수 있는 지혜를 배우자.

부산컨트리클럽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