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최대 한류축제로 자리매김한 '부산 원아시아 페스티벌(BOF)'의 내년도 예산 30억 원이 우여곡절 끝에 지난 13일 부산시의회 예산 심사를 통과했다. 이에 따라 2회 행사가 열리게 됐다. BOF는 서울과 제주보다 한참 뒤떨어진 부산의 도시 브랜드를 높일 목적으로 부산시가 지난 10월 한류 콘텐츠와 지역의 관광 인프라를 접목해 주최한 '체류형 관광' 이벤트다. 외국인 관광객 3만 명 이상이 부산을 찾는 등 총 15만 명이 행사를 즐겨 부산을 '신(新)한류'의 발원지로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BOF를 대하는 부산시의회의 자세는 현실과 한참 동떨어졌다. 일부 의원은 수익성과 관람객 수 등 형식 논리에만 매몰된 나머지 무형의 파급 효과를 기대하는 관광 마케팅의 본질조차 이해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다.

정명희(더불어민주당·비례) 의원은 최근 시 행정사무감사에서 시종일관 BOF의 예산과 수익성, 관람객 수 등 표면적인 지표만 문제 삼았다. BOF의 취지는 수익 창출에 있는 게 아니다. 한류를 매개로 외국인 관광객에게 부산을 소개하는 마케팅 행사다. 그런데도 정 의원은 시의 사업계획서에 적힌 국비와 민간투자 부분의 결손, 예상 관람객이 목표치에 모자란다는 부분만 들먹였다.

행사 기간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사드·THADD)를 둘러싼 갈등 탓에 중국 정부 차원의 혐한 기류가 형성된 점이나 태풍과 지진 등 자연재해라는 악조건이 즐비했다는 것까지 설명할 필요는 없다. 문제는 관광 마케팅에 대한 기본 개념조차 없다는 사실이다. 이러니 시의회의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부산시의 한 관계자는 "투입한 예산 대비 가시적인 수익성이 지역 행사의 대원칙이라면 부산국제영화제(BIFF)나 부산불꽃축제는 앞으로 결코 개최해선 안 될 행사"라고 지적했다.

초기에 문제점이 많았던 부산국제영화제나 불꽃축제는 시행착오를 거친 끝에 지역을 대표하는 문화 콘텐츠로 자리 잡았다. BOF의 미흡한 점도 시와 함께 개선하는 방안을 찾는 것 역시 시의회의 책무다.

그러나 정 의원은 BOF 예산 심사 때 독불장군식으로 예산 전액 삭감과 행사 폐지를 주장했다. 특히 행정사무감사 때 시의 담당 국장과 벌인 언쟁으로 기분이 상한 정 의원이 BOF의 개선책을 제시하기보다는 행사를 없애는 데 매달리는 것은 다분히 감정적인 대응으로 읽힐 수밖에 없다. 게다가 BOF가 시와 갈등을 빚은 '부산국제영화제 죽이기 일환'이라는 근거 없는 주장까지 내놓았다. 시의원의 자질마저 의심하게 한다.

시민의 대의기관인 시의원이 문제를 풀 대안을 제시하기보다는 사감을 투영한 채 '묻지 마 식'으로 대응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시민이 위임한 '견제의 칼'을 자신을 위해 마구잡이로 휘두르는 것밖에 되지 않는다는 비난이 제기되는 까닭이다.

정치부 기자 yjkes@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