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와 저출산 문제는 어제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저출산으로 인한 인구절벽과 맞물려 나라 전체가 이른바 '늙은 사회'가 된다는 점에서 그 심각성이 크다. 이런 우려에도 사회 전반에 걸쳐 이에 대한 준비가 얼마나 체계적으로 잘 되어가고 있는지 노인의료의 한 축인 요양병원을 운영하고 있는 필자로서는 늘 걱정이다.
다행히 정부와 각 지자체에서 해마다 복지예산을 증액해 국민, 특히 생계에 어려움을 겪는 노령층에 대한 삶의 질 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또 노인 요양병원과 요양시설이 노령인구에 대한 보건의료 복지서비스의 한 축으로 자리매김해 '고령화 대란'은 피할 것으로 보인다.
수년째 침체된 나라경제 탓에 요양병원 업계도 그 여파가 예외 없이 밀어닥치고 있다. 이용자의 의료서비스에 대한 기대치는 날로 상승하고 있는데, 여건은 악화일로이다. 현실적으로 낮은 의료수가에 환자안전을 위한 소방시설 구축, 침상 간 이격거리 확대 등 매년 강화되는 규제에다 병원 간 과당경쟁과 인건비 상승과 같은 악재가 겹치다 보니 병원의 경영압박은 한계치에 도달하고 있다. 수년째 제기되는 수가 인상과 요양병원 간병비 급여 등의 현실적인 해결책은 겉돌고만 있으니 이용자의 눈높이에 맞는 의료서비스의 개선은 더딜 수밖에 없다.
최근 우리도 일본과 같이 의료와 복지서비스를 동시에 제공하는 노인의료복지복합체 시스템을 도입하자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일부지만, 이미 이와 유사한 형태의 시스템으로 운영되고 있는 요양병원도 있다. 이참에 초고령 사회에 대한 대비책으로 현재 우리 보건의료체계가 효과적으로 움직이고 있는지, 어떠한 제도의 도입이 필요한지를 체계적으로 연구해 병원과 이용자가 만족할 수 있는 노인의료복지복합체 시스템을 도입해 추진할 필요가 있다.
지난 8월 대한노인요양병원협의회가 마련한 '고령화시대 보건의료체계에 대한 정책토론회'에서 주목되는 내용이 나왔다. 당시 노인 의료비 증가와 만성질환 관리 및 질병 예방을 위해 노인의료와 복지체계를 연계한 '의료복지복합체 도입의 필요성'이 토론의 중요한 주제로 논의되었다. 급속한 고령화에 대비한 효과적인 의료서비스 체계 구축의 새로운 모델에 대한 정책토론이 적기에 이루어졌다는 생각이다.
의료와 복지서비스를 동시에 제공하는 의료복지복합체계는 일본복지대학교 니끼 류 교수가 제창한 후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일본에서는 노인 의료와 복지 문제 해결을 위한 활성화된 시스템으로 이미 일본 전 지역 병원의 상당수가 운영하고 있다. 의료기관 개설자가 동일법인 또는 관련 계열법인과 함께 각종 보건·복지 시설 중 몇 개를 개설하여 보건·의료·복지서비스를 일체적으로 제공하는 시스템이다.
일본의 의료복지복합체는 1994년 이후 급증하였는데 지역 독점, 크림 스키밍, 복지의 의료화와 행정 유착 등 다소 부정적인 측면이 있다. 그런데도 보건·의료·복지서비스를 수직 통합함으로서 얻는 경제적 효과와 효율적인 서비스 제공으로 인해 이용자의 만족도가 크게 상승하면서 확산되고 있다.
우리도 일본의 의료복지복합체 운영을 타산지석으로 삼아 중소병원과 요양병원, 복지시설 등이 연계되는 노인의료복지복합체 모델의 도입을 서둘러야 할 것으로 보인다. 관련 기관들도 이용자들의 경제적 부담을 덜어주고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포괄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시스템 안착을 위해 실질적인 연구와 지원에 노력해 주길 기대한다.
2016년도 얼마 남지 않았다. 다사다난했다는 말만으로는 현재 우리나라의 사정을 다 표현하기는 부족할 만큼 힘들고 충격적인 일들이 펼쳐졌다. 영국의 유력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2017년 세계경제 대전망'을 통해 "내년에 투자자들이 마주할 가장 큰 변수는 정치적 불확실성"이라고 지적했다.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세계 경제에서 정치적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나라도 '정치 변수'가 내년 경제를 좌우할 가능성이 크다.
최근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우리나라의 내년 경제성장률을 2.7%에서 2.4%로 하향 조정한 뒤 "정치적 불확실성이 커지면 내년 성장률이 2.0~2.3%까지 떨어질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참으로 걱정이다.
우리 민족은 어려운 일이 있을 때마다 위기를 기회로 전환시키는 저력이 있어 미리 실망하고 체념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초고령사회의 목전에서 생산인구의 감소와 급속한 사회구조 변화 등 향후 더욱 어려운 문제들은 분명 예상되지만, 세대와 이념 그리고 계층을 떠나 지혜와 슬기를 한데 모아 어려움을 이겨나가는 보합대화(保合大和)의 자세를 가진다면 어떠한 어려움도 극복하리라 확신한다. 비바람 뒤의 하늘이 더욱 맑듯이 하루빨리 이 불행한 상황이 끝나고 더 큰 희망과 보람을 노래하는 날을 기원한다.
나라·동일의료재단 나라병원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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