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복결핵에 대한 정부의 대규모 검진·치료가 본격 시작 단계부터 논란을 야기하는 건 바람직하지 못하다. 올해 시범사업 예산 규모의 8배 이상이 늘어난 600억 원을 내년에 투입하는 것이 과연 타당하느냐는 지적이 제기되는 마당이다. 국민을 상대로 한 보건정책이 일말이라도 검증 필요성을 느끼게 해선 곤란한 일 아닌가.

잠복결핵은 체내에서 소수의 균으로 살아 있는 동안에는 전파의 위험이 없지만 활성화되면 전염성을 띤다. 그런 점에서 다중집합시설 종사자 등을 대상으로 우선 검진이 필요하다는 당국의 입장은 수긍 못할 바 아니다. 한국의 결핵 발병률은 OECD 국가 중 1위다. 세계보건기구 조사에 의하면 2014년 기준 인구 10만 명당 결핵 발생이 86명으로 10여 년째 최고 수준을 보일 정도로 심각하다. 정부가 전염성이 없는 잠복결핵 단계부터 아예 뿌리 뽑겠다는 이유인 것이다.

취지가 아무리 좋아도 전문가 사이에서도 의문이 제기되는데 강행하겠다는 건 신중하지 못하다. 잠복결핵 감염자의 90% 이상은 평생 결핵을 의식하지 않고도 생활을 할 수 있다 한다. 면역력이 약화됐을 때에 한해 실제 결핵 환자로 발전하는 경우가 10% 미만이라는 말이다. 당장 치료가 필요하지 않는 감염자에게 매일 약을 먹게 하다가 부작용이 생기면 누가 책임지느냐는 지적은 일리가 있다. 잠복결핵 보균자 진단 시 투약처방의 안전성 우려는 더 큰 문제다. 독성이 강한 약을 장기 복용함에 따른 부작용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투약을 중간에 멈추면 내성이 생겨 최악의 경우 더 약효가 없어 슈퍼결핵으로 발전할 수 있다는 견해도 간과해선 안 된다.

대대적인 잠복결핵 진단 사업은 처음이다. 투약처방이 안전하다는 근거를 분명히 제시하고 전문가 동의를 얻어야 함은 두말할 필요 없다. 결핵 발병률을 낮추려 잠복결핵률부터 잡아야 하는지, 아니면 전염성 결핵환자와 접촉했거나 발병 위험이 높은 군을 타깃으로 집중 검진과 치료를 하는 게 우선인지 보다 심도 있게 따질 필요도 있어 보인다. 결핵 안심 국가로 가는 건 좋으나 무리한 추진은 뒤탈이 나기 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