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국이 혼란스러운 가운데에도 2017년도 정부 예산이 국회를 통과했다. 우리나라 예산으로는 역대 최대 규모다. 정부 예산은 2001년 국민의 정부에서 100조 원, 2005년 참여정부에서 200조 원, 2011년 이명박 정부에서 300조 원을 넘어섰으며, 현 정부에서 400조 원을 돌파했다. 이른바 '슈퍼 예산'의 시대를 연 것이다.

이런 가운데 경상남도는 역대 최대 규모의 국비를 확보했고, 부산시의 국비는 3년 연속 증액됐다. 하지만 내년도 국가 채무가 682조4000억 원이며, 국가의 채무비율은 내년 처음으로 40%를 넘어설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슈퍼 예산 못지않게 우리나라의 빚도 '슈퍼 부채'로 증가한 것이다.

중앙정부 못지않게 지방정부의 부채도 심각한 수준이다. 2014년 말 현재 지방정부 부채는 58조6000억 원으로 전년보다 3조 9000억 원(7.2%)이 늘었다. 올해 기초자치단체 226곳 중 75곳이 자체수입으로 공무원 월급을 해결하지 못했다. 부산시는 작년에 정부로부터 지방재정위기 주의등급 자치단체로 지정됐다가 10개월 만에 해제됐으나, 사회복지와 사회간접자본에 지속적으로 투자가 늘어나고 있어 예산 대비 부채비율은 다른 지자체보다 높은 수준이다.

경남도를 제외한 다른 광역 지방자치단체는 1년 예산의 10~30%를 차지하는 부채 때문에 머리를 싸매고 있다. 강원도의 경우 평창올림픽의 준비, 지방도 건설 등으로 부채 규모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으며, 올림픽이 끝난 후 특별한 대책이 없는 한 빚을 갚기 위한 재정적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지방자치단체의 파산 모델로 국내 언론에 자주 등장하는 곳이 일본의 유바라시이다. 1960년대까지 일본 최대 석탄생산지로서 인구는 11만6900명에 달할 정도로 흥했다. 그러나 1960년부터 에너지 공급시스템의 정책 변화로 인하여, 1990년 유바라시에서 광업은 완전히 사라졌다. 현재 인구는 900여 명으로 일본에서 인구밀도가 가장 낮은 도시로 전락했으며, 부채를 상환하기 위해 기채를 계속 발행하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올해 올림픽을 치른 브라질은 지방정부의 부채 규모가 9월 말 기준 3대 국영은행에 약 42조 원에 달하여 파산위기에 몰려 있다. 리우데자네이루 주와 히우그란지두술 주는 공식적으로 재정 비상사태를 선언했고, 다른 7개 주도 공무원의 월급을 제때 지급하지 못할 정도로 재정난을 겪고 있다. 중국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공식 지방부채는 16조 위안(元·2720조 원)으로 국내총생산(GDP)의 23%에 이른다. 최근 중국 재정부는 앞으로 지방 부채에 대해 보증을 서지 않겠으며, 재정위기와 관련하여 지방정부의 지도자들에게 책임을 묻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몇 가지 희소식도 있다. 올해 경상남도는 빚을 다 갚은 부채 제로를 선언했다. 용인시도 부채를 1190억 원까지 줄였고, 내년에 빚을 다 갚을 계획이라는 것이며, 시흥시는 배곧 신도시의 토지 분양으로 부채 제로를 선언했다. 다행스러운 일이다. 경상남도의 채무 제로는 다른 지자체처럼 땅을 분양하거나 새로운 사업을 통한 결과가 아니라는 데 특징이 있다.

경상남도는 2013년 재정점검단을 신설하고 민자 사업의 재편과 출자·출연기관의 통폐합, 기금 정비 등의 사업과 대규모 예산이 수반되는 신규 사업에 대한 분석을 통해 재정을 효율적으로 집행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여러 가지 어려움도 있었지만, 홍준표 도지사의 결단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결국 지방 재정의 건전성은 단체장의 철학과 의지에 달린 것이다.

부채 제로 운동은 전국적으로 확대돼야 할 필요성이 있다. 경상남도가 가령 '부채 제로 백서'를 만들면 어떨까. 진행 과정과 시행에서의 문제점을 낱낱이 기록하여 경상남도의 재정에 관한 지침서 역할도 하고, 다른 지자체에 본보기로 배부해도 될 것이다. 나아가 기초지자체의 재정 건전성 확보를 위해 채무목표제를 시행, 성과를 낸 곳에는 포상 예산을 부여하고, 그렇지 못한 경우에는 제재를 가하는 당근과 채찍이 병행돼야 할 것으로 본다.

필자는 어렸을 적 계주가 파산하고 야반도주를 하는 바람에 온 동네를 쑥대밭으로 만든 경우를 여러 번 보았다. 지방자치단체라고 다를 수 있겠는가. 2017년에는 대선이, 2018년에는 자치단체장 선거가 있는 해다. 선거를 의식한 선심성 예산이 춤추지 않도록, 새해에는 전국적으로 빚을 줄이는 운동이라도 벌여야 하지 않을까.

경상대학교 해양식품생명의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