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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현 칼럼] 돈벼락으로도 행복하지 못할 세상

국정 농단, 저급한 보도…경제논리와 과열경쟁이 원인

성형 죄 아니다, 그러나 빈껍데기 치장은 추함만 더해

  • 국제신문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6-12-15 19:25:15
  •  |  본지 3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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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철도 출구를 빠져나오면 넓은 도로 양편에 번듯한 건물들이 줄지어 서 있다. OECD 가입국인 대한민국에서는 쉽게 찾아볼 수 있는 광경이다. 그러나 거기는 좀 다르다. 그 대단한 건물들의 벽면마다 빼곡히 매달려 있는 간판은 거의가 '성형'이거나 '미용'이다. 바로 젊음과 아름다움, 부(富)의 상징으로 부러움을 사는 서울 압구정동 일원이다. 그런데 조금 과장하자면 지나다니는 젊은 여성들 얼굴 대부분이 비슷비슷해 방금 스친 사람이 어떻게 또 나타났나, 헷갈리다 쓴웃음을 짓게 된다.
   
아름다움과 젊음이야 인간의 본능적 욕구이니 탓할 명분은 없다. 더군다나 성형관광으로 찾아오는 적잖은 외국인이 뿌리는 돈은 얼마이며 세계적 경쟁력의 의술(의료기술의 줄임말이다) 아닌가. 그래도 압구정동을 지나칠 때마다 너무 과하지 않나 염려했는데 기어이 청와대까지 불똥이 튀는 사달이 났다. 아직 구체적인 고백이나 증언이 나온 것은 아니지만 청와대에서 관련 주사류를 다량 구입한 것은 확인되었으니 아주 허위라고 소송 따위는 걸지 못하게 되었다.

어쨌거나 대통령 탄핵이 국회에서 통과되었지만 의혹의 미용 그 자체는 탄핵사유에 당연히 포함되지 않았고 시비의 대상도 아니다. 또한 이제 헌법재판소의 인용 여부를 기다려야 하는 상황에서 굳이 대통령도, 미용도 글의 화두로 삼을 생각은 없다. 다만 이제부터인데, 탄핵안이 통과되자 대부분의 언론과 정부, 정당은 경제를 내세운다. 탄핵은 대통령의 일이고, 국민의 삶이 직접 상관되는 것은 아니니 시들어가는 경제를 살려야 한다는 말씀은 천 번 만 번 지당하다. 그런데 과연 그게 전부일까?

따지고 보면 이 어이없는 사단도 결국은 경제의 최종목적인 '잘살기'에서 비롯된 셈이다. 몇 안 되는 되잖은 인간들이 대를 이어 잘살겠다고 만만한 나랏돈 빼먹기, 대기업 등치기 따위를 하는 과정에서 국정이 우롱당한 것이니 말이다. 그래서 국정 우롱을 도운 고위관료는 물론이고 뜯긴 기업 관계자들까지 비난과 수사의 대상이 되고 있다. 하지만 가뜩이나 돈 뜯겨 피눈물 나는 기업까지 비난하고 범죄의 혐의를 두는 것은 무슨 까닭인가. 쉽게 말해 뜯긴 것 이상으로 얻어낼 게 있으니 그랬을 것이라는 의심 때문이다. 그놈의 경제, 참 헷갈리고 추잡하다.

아무튼 경제는 살려야 한다. 문제는 살리려고 애쓴다고 모두가 흡족해질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전문가는 아니지만 아무리 기를 써도 단박에 나아져 한숨을 돌리게 될 것 같지는 않다. 무엇보다 세계 경제의 흐름과 국제정세가 여의치 않으니 말이다. 또 정부와 정치권 모두가 한마음이 되어 머리를 맞대도 쉽지 않은 일에 제각각 생각이 다르고, 더군다나 여당은 염치조차 내팽개친 막가파적 행패로 국정에서는 사실상 손을 놓은 꼬락서니다.

현 상황에서 그나마 기댈 데는 언론이다. 그런데 거기도 요상하다. 말은 경제를 외치는데 프로그램은 온통 국정 농단 되씹기다. 일부 종편채널은 아예 치마 속까지 들여다보고야 말겠다는 황색행태의 극치를 보여준다. 어림잡아 30∼40명 되는 자칭 전문가가 종일 여기저기 채널을 누비며 시정잡배의 술자리 한담에 지나지 않는 '전문적 썰(?)'로 의혹과 분노만 부추긴다. 도대체 그런 잡설과 분노가 경제와 무슨 상관인가. 까놓고 묻자면 자칭 전문가 출연료의 저비용 제작비와 수익과 직결되는 시청률 때문 아니신지. 그것도 저비용 고효율의 경제라면 경제인데, 참 거시기하다.

선진 유럽이나 일본 등지를 돌아보면 우리 삶의 질이 괴이쩍게 높다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 '배달의 민족'의 그 엉뚱한 배달은 가사노동의 수고를 줄여주고, 둘러앉은 가족이나 친구의 수가 좀 많거나 귀찮으면 우르르 나가 외식(外食)이다. 한밤에도 출출하면 치킨뿐 아니라 숫제 만찬을 열기에도 부족하지 않은 야식배달집이 아예 넘쳐난다.

언제부터인가 텔레비전에서도 소위 먹방 프로그램이 시간대마다 겹칠 정도이다. 감당 안 되도록 먹은 뒤는 어떤가. 성인병 예방을 위해 무언가를 먹고 마셔야 하고, 다이어트를 위해서 또 돈을 써야 한다. 돈이 돌면 경제가 산다니 이만하면 달리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은데 어찌 된 노릇인가.
대부분의 살아가기 바쁜 사람들은 뒤를 돌아보기 어렵다. 그래서 눈에 잘 띄는, 특히 자극적 영상에 기대게 된다. '도덕'까지는 아니더라도 참된 행복의 질을 보여줘야 하지 않겠는가. 부탄과 방글라데시의 행복지수나 종교적 평화는 솔직히 남의 이야기가 되기 십상이다. 우리 곁의 따뜻하고 소박한 삶의 모습, 드러나지 않은 경쟁의 부추김이 아니라 다름에 대한 인정만으로도 지금보다는 훨씬 행복할 수 있는 일이다. 미친 경쟁과 경제의 병행으로는 설사 돈벼락을 맞아도 행복은커녕 계속 미쳐갈 뿐이다.

이 글의 첫머리로 돌아가자. 길거리에서 스치는 사람도 성형의 마술로 헷갈릴 정도인 세상은 머리와 가슴이 빈껍데기 세상이다. 세월의 흔적을 칼질과 주사로 뒤덮은 팽팽함과 빤질거림은 아름다움이 아니라 역겨운 노추(老醜)다. 장년의 백발은 젊은 컬러의 머플러나 스카프와 어울리면 원숙한 아름다움이 된다. 감출 수 없는 주름살이 삶에 달관한 너그러운 미소와 어울리면 자랑스러운 훈장이 된다. 반듯하게 살아 모범이 되는 노학자의 백미(白眉)나 존경받는 어르신의 해맑은 미소가 얼마나 아름답던가.

성형과 미용을 아주 탓할 생각은 없다. 그렇지만 최소한 사회 지도층은 절제하는 모범을 보여야 한다. 부를, 권력을 거머쥐어서 더 욕심이 나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오늘 우리가 마주하는 민낯은 아름다움은커녕 숫제 욕지기가 치밀 정도이다. 그럼에도 대통령이 맞은 주사라며 특정 미용 주사를 광고하고 권하는 미친 행태로는 변화도 경제도 요원한 일이다.

   
경제는 잘살기이고, 잘사는 것은 마음에서 비롯되며, 마음은 차분함과 고요함으로 읽을 수 있는데, 세상이 너무 소란하고 부잡스럽다.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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