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씨의 국정 농단 의혹을 밝히기 위한 국회 국정조사 특위 2차 청문회가 어제 열렸다. 청문회에는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을 비롯해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 차은택·고영태·장시호 씨 등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하지만 국정 농단의 중심인 최순실 씨는 물론 우병우 전 민정수석 등 핵심 증인들이 대거 출석을 거부했다. 한마디로 '최순실 없는 최순실 청문회'에다 참석 증인마저 위원들의 질문에 모르쇠로 일관해 다시 한 번 국민의 분노를 샀다.

이날 청문회에서 김 전 실장은 여러 의혹에 사실이 아니라거나 모르겠다며 종전의 입장을 유지했다. 세월호 7시간 대통령 행적은 물론 새롭게 제기된 머리 손질 보도에 대해서도 "알지 못한다"고 잡아뗐다. 심지어 전날 청와대 의무실장이 인정한 대통령의 태반주사 투여 사실까지 "모른다"고 답변했다. 최순실 씨를 본 적이 없다는 말도 그대로 되풀이했다. 그러면서 민감한 질문에는 죄송하다는 말만 되뇌며 답변을 회피하는 뻔뻔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김 전 실장 외 다른 출석 증인들도 애매한 질문을 피해가기는 마찬가지였다. 대통령 경호실 차장이 국정조사에서 '보안 손님'으로 인정했음에도 차은택 씨는 이 사실조차 부인하며 청와대에 서너 차례 갔을 뿐이라고 답변했다. 이처럼 청문회에서 주요 증인들이 국정 농단 공모를 부인한 것은 향후 특검 수사를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들이 청문회에서 밝힌 진술은 누가봐도 모순투성이인 만큼 특검은 그 허구성을 낱낱이 파헤쳐야 할 것이다.

2차 청문회 출석을 거부해 동행명령장이 발부됐음에도 최순실·우병우·문고리 3인방 등 10명은 끝내 증인석에 서지 않았다. 이 같은 후안무치한 국민 무시 처사에 대해 국조 특위는 단호하게 대처해야 한다. 특위는 이들이 청문회장에 나오는 순간까지 출석을 요구하겠다지만 그 이상의 가능한 모든 조치를 동원해서라도 국민 앞에 세워야 마땅하다. 핵심이 빠진 청문회는 맹탕일 수밖에 없다. 필요하다면 주요 증인들만으로 추가청문회도 열어야 한다.